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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재미로 등산을 하는가? - 이영희(진학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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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8  22: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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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예전에 자주 했던 질문이다. 심지어는 “비싼 밥을 먹고 쓸데없이 힘을 빼느냐?”고 한 적도 있다. 힘들게 산을 올라갔다가 빈손으로 다시 내려올 걸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면서 등산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주말마다 산행을 즐기는 등산 예찬론자가 되었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일까?

  1995년 여름 무렵이었다. 당시 나보다 먼저 등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개포동의 뒷산을 함께 올라가게 되었는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다보니 다리가 무겁고 숨이 가빠졌다. 하지만 남자의 얄팍한 체면 때문에 아내 앞에서 힘들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다시는 아내를 따라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잠시 쉬는데 그 휴식이 꿀맛 같았다. 그러나 쉬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니 이제는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숨도 찼지만 현기증까지 나서 도저히 산을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정상에 이르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다.

  그런 뒤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도 잘 올라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전방 사단의 수색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고 100km 산악행군에서도 낙오를 한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가? 아니라면 정신이 나태해진 걸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사업을 시작한 후 일에 몰두하느라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판단을 내린 후부터 아침식사 전에 혼자 구룡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예닐곱 번쯤 등산을 했을 때부터 신기한 일이 생겨났다. 정상까지 두세 번쯤 쉬어가며 올라갔었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말이면 남들과 어울려 먼 곳의 산행도 즐기게 되었다. 어떤 때는 하루에 두 번이나 등산을 한 경우도 있다. 아침에 산행을 했다가 하산하고 난후 지인들을 만나면 그들과 합류를 하여 산을 또 올라갔다. 이렇게 재미를 붙인 것이 벌써 20년이 되었다. 지금도 매주 두세 번은 꼭 산에 간다. 골프보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골프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등산은 혼자서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운동이다.

  이른 아침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산을 오르노라면 잡념이 생길 겨를이 없다. 폐 속에 쌓여있던 탁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솔향기 가득한 산바람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숨을 헐떡이면서 산을 오르면 수십억 개의 세포들이 동시에 빠르게 활성화 된다. 덕분에 두뇌 회전이 잘 돼 마음속에 고민하던 문제는 해결책이 번쩍하고 잘 떠오른다. 그럴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사무실에서 궁리하였으나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할 때도 등산을 하면서 사색을 하면 신기하게도 문제해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올랐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되는 문제는 등산을 하다보면 거의 다 해결이 되곤 하였다. 간절히 바라는 일에 생각을 몰두하면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감이 생기는 것이다.
  또 좋은 책을 읽고 나서 산행 길에 마음속으로 저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럴 때면 저자가 특별히 귀띔을 해주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내면의 풍요와 삶의 에너지가 되어 내 인생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행정학과 출신으로서 학원 경영에 대한 나의 화두(話頭)는 주로 이런 것이었다. 학생들의 성적을 지금보다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무 처리를 어떻게 개선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수강생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은 없을까? 조직구성원들을 더 행복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 오픈하는 학원은 조직설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개의 학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은 주로 등산을 하면서 사색으로써 답을 찾아냈다. 자원은 유한하나 아이디어는 찾을수록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을 할 때 반드시 메모지와 몽당연필도 지참했는데 숨을 헐떡이면서 산을 오르다가 좋은 생각이 번쩍하고 머리에 스치면 잽싸게 메모를 해두기 위해서다. 머릿속을 비우지 않고 기억을 하기 위해 신경을 쓰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늘 메모를 하는 나의 습관을 알고 있던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은 내 생일이면 어디서 구했는지 손가락만큼 짧고 앙증맞은 볼펜을 선물로 주곤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메모를 한다.
  산 정상에 다다를 때쯤이면 고민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산을 내려올 때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구룡산에 올라만 가면 영감(靈感)이 생겨나니 “이 산에는 정말 신비로운 정기가 서려 있는가?” “구룡산엔 산신령(山神靈)이 있는 게 맞아!” 라는 말도 아내에게 종종 하곤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여보 나 오늘 산에서 1억  벌었어!” 소리칠 때도 있었다. 그러면 아내는 영문을 몰라 눈이 둥그레졌고, 나는 아침식사를 하면서 산에서 찾은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지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적용해보고 싶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출근을 하곤 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곧 내 인생인 것이다. 학원 경영자로서 원장들과 회합을 등산으로 할 때가 많다. 대체로 산길은 좁기 때문에 다른 일행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므로 맨투맨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이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힘들게 오르고 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끈끈한 동지애가 생기기도 한다.
  풍광이 좋은 곳에서 담소를 나누면 친목도 살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산행 후에는 근처 맛집에 모여 별미와 재미난 이야기로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운(運)은 사람과의 인연 속에서 꽃이 핀다. 주말에는 산으로 가라! 그러면 지인들과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한 교분을 쌓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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