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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달력을 걸며 - 홍경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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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5  1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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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하루 전날 방긋방긋 웃는 새 달력을 벽에 걸었다. 예뻐서 쓰다듬으며 한 장 한 장 12장을 넘겨본다. 2020년도 1월 달 달력이 덤으로 헛기침을 한다. 꿈을 꾸고 있는 날들은 단잠을 자고 꿈을 실행하는 날들은 기지개를 켰다. 살짝 물어보았다. 대답 대신 윙크를 하고 달력 속으로 숨어버린다.

 달력의 문을 노크 했다. 응답이 없어서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어보니 요란하게 떠드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올해는 조금씩 양보하며 화목하게 잘 살아보자고 한다.’하룻밤만 지나면 2019년이다. 세상이 강론에서 새해에는 건강과 행운과 만복과 웃음이 가득한 해라고 야단법석이다. 황금돼지해이기 때문일까.

 2019년을 선물로 받았다고 생각하자. 그 선물은 그냥 온 게 아니고 미래의 역사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래서 다 같이 역사 속의 주인공이 되면 안 될까. 이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역사의 주인공은 전체를 아우르고 올곧은 길로 나아가야만 멋진 인물로 기록된다.

 소나무를 보자. 찬바람이 솔숲을 지나갈 때 소나무는 그 바람을 다 안았다가 바깥으로 모두 내보낸다. 그리고 의연하게 곧게 서 있다. 꽝꽝 언 땅에 마늘이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다. 견딜 수 없는 한파는 없다는 듯이 꿋꿋하고 뜨겁게 살고 있는 모습에 절로 경외심이 인다.

 욕심은 작게 주체성은 크게, 마음의 방을 비우고 채우고, 그렇게 해서 2019년을 씩씩하게 열어가자. 빗방울은 떨어지기 전부터 개울물이 되고, 개울물은 강물이 되기 전부터 이미 바다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바다를 향하기 때문이다. 하여, 사랑과 사유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유리에 벤 것처럼 쓰라릴 때도 꿀맛일 때도 있다.

 가득 찬 듯 텅 빈 2019년, 많은 것을 들여놓자. 건강, 웃음, 사랑, 명예, 꽃, 음악, 격정, 열정, 소통, 고요, 양보, 돈, 그리고 세 끼 식사, 그리고 타인을 들여다보고 그대는 그대이고 나는 내가 아니라 드디어 하나가 되는 우리, 삶의 여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스스로 만드는 주인공이 되자.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계절 따라 연둣빛 새봄과, 매미 울음 속 짙은 녹음과, 풀벌레 노랫가락에 눈썹달에서 보름달까지 휘영청 밝아, 첫눈이 애인처럼 찾아오는 시간에, 이름이 이름으로만 남으면 허명이 될 수도 있다. 이름과 함께 공명이 남아야 한다. 이름과 공명이 어우러진 이력을 곱게 가꾸자.

 지난해에 왔던 것, 이루었던 것, 새해에는 엇비슷하거나 더 많이 오거나 이루도록, 두 쪽 낸 사과에서 사랑의 노랑나비가 날아오르는 것을 읽어내도록, 높은 파도 같은 고통이 급습해 올 때는 분수처럼 쏟아지는 기쁨으로 바꾸는 지혜와 지식이 번쩍이도록, 힘차게 살아가자.

 맹목이었는데도 누군가와는 영영 이별을 하고, 우연히 누군가와는 새로이 만나게 된다. 그렇더라도 마주쳤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사를 하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찬란히 뜬다. 겨울이 춥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깃발은 드센 바람 속에서 힘차게 나부낀다.

 언젠가라는‘미련’은 버리자. 미소, 검소, 간소, 분석, 옳음, 정직을 움켜쥐고, 친절, 아껴 쓰기, 불필요한 일 줄이기, 비교하지 말기를 통해, 365일 해와 달과 별과 꽃을 품고 살자. 마음속이라도 수인(囚人)이 되지 말고 구두끈을 졸라매고 진땀을 흘리며 나를 분석하고 반성하며 정직하게 옳게 살자.

 탐욕 보다는 자선을, 겉치레 보다는 소박함을 실천하므로,‘괜찮다’라는 말을 듣자. 그러면 어두운 내면이 빛이 된다. 망망대해에서 지지와 응원의 돛이 되자. 부드럽고 온화하고 착하고 온순한 언행으로 타인에게 상처주지 말자. 다른 사람을 위하고 돕는 일은 결국 나를 돕는 일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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