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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캐다- 홍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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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5  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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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이 사라졌을 때도 온다. 겨울에 웅크리고 있었더라도 상냥한 봄 인사에 큰 걸음을 내딛으라는 뜻이 아닐까. 삶이란 언제나 존재와 부재 사이에 있다. 춥고 화나고 허덕이는 일상이 봄빛을 쫴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현실에 주저앉지 말고 추슬러 일어서자.

 얼어붙었던 것만이 녹고 풀려 흐르고 솟아날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세상과 엉켜, 살얼음 속에서도 풀들은 실눈을 뜨고 있다.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가닥씩 피워 올리며, 존재로, 그 존재마다 바람이 불어와서 사시나무 떨 듯 한 세상일지라도, 굳세게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열지 않았느냐.

 그 몸으로 삽질을 하겠냐? 고 비웃는 소리를 뒤로 하고, 텃밭으로 나아가 땅이 완전히 녹기 전에 미리 삽질을 해야 거두어들일 때 수확량이 많다. 물론 향과 맛 또한 일품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져 꽃이 피기 전에 시작하면 겨우내 달고 있던 누런 잎은 연둣빛으로 움을 틔우며 뽐낼 것이다.

 희망을 캐겠다고 나섰다면, 기대하는 만큼 몸을 짓이겨야 한다. 이제 저 멀리서 봄빛이 빈손으로 와도, 희망을 캘 삽과 괭이를 꾸려서 허기를 채우자. 그리하여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것을 야멸차게 이루자. 그런 때 세상은 별말 없이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동시에 미운 얼굴들은 잊자.

 봄은 가랑비처럼 왔다간다. 남의 흠결이나 욕을 입에 담지 말자. 부끄러운 일이니까. 잎사귀에 이는 소리에 깨어 싱싱한 초록으로 서자. 그래야만 미래를 캐기 위해 생각을 쑥쑥 키울 수 있다. 몸을 겸손하게 곧추세우고 냉철하게 보호색을 입자. 처음은 비슷한 색깔이지만 나중은 다른 색깔이 될 것이다.

 또한 진실은 사람의 마음을 곱게 바꿔 갈 곳이 많다. 반대로 가면을 쓰면 갈 곳이 없다. 마음으로 봄을 캐서 뿌리를 내리면 다가오는 언 계절의 언 땅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한마음으로 지혜롭게 꿋꿋이 가꾸다보면 봄보다 먼저 봄이 되어, 뿌리가 갖고 있던 영양분은 잎과 꽃대를 밀어 올려, 건강한 꽃을 피울 것이다.

 구두끈을 졸라매면 응달이든 양달이든 일손은 바쁘다. 의도한 바가 쑥쑥 쌓이고 바람을 뛰어넘어 창고가 모자라서 신이 난 목소리가 커졌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쌓아올린 만사는 허사가 될 수도 있다. 풍요로울 때 풍요로운 것을 가지런히 쌓아 가난한 이웃과 나누자. 더 쌓겠다고 과욕하지 말고,

 세상에는 동생을 위해 울면서 대학을 포기한, 못난 아빠 아픈 엄마를 대신해 가사를 도맡아 하는, 밤을 지새우는 아픈 밤이 곳곳에 있다. 모른 채 하지 말고 선명하게 뛰어들자. 자존심 때문에 한사코 거절해도 피식 웃는 팍팍한 세상을 걷어내자. 그런 당신의 향기는 유난히 짙다. 당신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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