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뉴스-정휘경기자]  4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가족부 아이 돌봄서비스에서 나온 아이 돌보미가 14개월 영아를 학대했다' 며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글과 함께 6분 23초의 CCTV 영상이 게시됐다. 금천구 독산동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정부 아이 돌봄서비스 아이 돌보미의 영유아 폭행 강력처벌과 재발방안 수립을 부탁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동학대 사실을 알렸다.
이 국민 청원은 이틀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을 넘겼다.
 해당 청원 글은 3일 현재 오후 4시 기준 21만6천232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30일 내 20만 건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기준을 넘겼다. 함께 게시된 CCTV영상은 92만 2000회 이상 재생됐다.
  청원인은 금천구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로, 정부아이 돌보미 서비스가 소개해준 50대 여성 김 모(58)씨에게 지난해 12월 초부터 아들을 맡겼다. 당시 아기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청원인 부인이 지난달 13일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집안에 설치한 CCTV를 우연찮게 스마트폰으로 보던 중 학대 장면을 목격했다. 현재 14개월의 아이는 3개월이 넘도록 학대를 당했으며, 김씨는 따귀를 때린 후 우는 아이의 입에 밥을 밀어 넣고, 머리채를 잡거나 발로 차는 등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부부는 당일 정부에 김씨의 해고를 신청하고 일주일 뒤인 20일 경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또한 이들 부부는 청원을 통해 영유아 학대처벌 강화, 돌보미 자격심사 강화 및 인성검사, 정기교육 횟수 증가, 아이돌봄 신청 가정 CCTV 설치 무상 지원을 요구하며 재발 방지에 대한 뜻을 밝혔다.
 한편,
아이돌보미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해당 가족과 국민에게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가부는 “모든 이용 가정을 대상으로 모바일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가정에 심층 방문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에 신고창구를 개설해 8일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다. 여가부는 돌보미 결격사유와 자격정지 기준 강화 방안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청원글과 영상을 본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기를 어디에 맡겨야 하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 영장 청구…8일 구속심사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아기를 수차례 학대한 혐의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검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신체적 학대)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금천서 관계자는 “가정용 CCTV의 저장기간이 15일에 불과해 해당 기간 영상밖에 확보하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상당한 학대 정황이 나타났다”면서 “범행 죄질이 무겁고 재범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영장신청 사유가 대부분 받아들여 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CCTV로 저장된 2월 27일부터 3월 13일 사이 15일간 총 34건의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많게는 하루에 10건 넘게 학대한 경우도 있었다. 하루 평균 2건 이상 학대 행위를 한 셈이다.
  김씨는 8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로 자신의 모습을 본 김씨는 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몇 차례 눈물을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 금천구, 아동학대 근절 대책 마련 
 
 사건이 발생한 해당 구청인 금천구와 서비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천구는 4월3일 ‘아동 돌봄’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관리체계 종합 개선대책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구는 아이돌보미 사업 운영위탁기관인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의해 아이돌보미 채용부터 운영 점검까지 사업 전반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구는 면접 심사 시 ‘인성(적성)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채용된 아이돌보미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 16시간의 보수교육에 더해 연 2회의 ‘아동 인권 존중’ 교육도 한다. 
 여가부는 이날 진선미 장관이 금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긴급 간담회를 통해 문제점을 살펴보는 한편, 아이돌보미 이용 가정 전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점검을 해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가정을 직접 방문 조사하기로 했다. 8일부터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에 신고창구와 상설전화를 개설해 아동학대 신고도 접수한다.  
 
# 피해 부모, “정부 믿고 맡겼는데...”
 
  3일 오후 청원인 부부는 "뺨 맞는 모습 생각나 CCTV도 못 보겠다"며 ”이제 무서워서 둘째는 못가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소식을 접한 이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아이 엄마 정모(25)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데 어떻게 둘째를 가집니까. 욕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부를 믿고 맡겼는데...생각할수록 무섭다"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요즘은 욕실 근처만 가도 자지러지게 운다"며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맡겼지만 달라진 우리 애를 보면 미안해서 눈물만 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수도 없으니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꼭 도와줘야 한다. 맞벌이 부부 가정에는 CCTV를 다 달아주든지, 정말 검증해서 돌보미를 보내주든지…"라고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가 12세 이하의 아이를 둔 맞벌이 등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사설 보육업체와 비교해 20~50% 정도 저렴해 인기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