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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곡을 들으며-홍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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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9  16: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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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일(顯忠日)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殉國先烈)과 전몰(戰歿)한 국군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과 얼을 기리고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하여 지정된 대한민국의 기념일이다.

 죽느냐 사느냐, 포연 가득한 전쟁터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가늠쇠와 가늠자를 표적에 맞추고 방아쇠를 어떻게 당기냐에 달려 있다. 살아남기 위하여 총으로 총을 쓰러뜨리는 총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전우의 주검 앞에서 온통 슬퍼도 울음만 울어댈 분초조차 없다. 전쟁이란 그런 거다. 인류의 땅에 일어난 역사가 그랬다.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잘못 살 것까지를 뉘우쳐도, 통성 기도하듯 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피울음이란, 죽음까지 갔다가 살아나오지 못하고 죽은 전쟁의 칠흑우물이다. 숨결마다 핏물이 솟아나, 죽기 싫을 만큼 죽어서, 마음이 아팠음에 운다. 전쟁은 전쟁이 진실이다. 유일한 진실은 이기고 지는 것, 그 끝은 핏빛 울음뿐이라, 전쟁은 언제나 붉은 핏빛으로 흥건하다.

 나는 너는 누구인가? 전쟁은 무엇인가? 결국 상대방의 마음 한 조각을 얻지 못해 나도 전쟁도 갖은 지혜 지모 계략을 동원해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다가 굴절각을 새우고 입구와 출구를 봉쇄함으로서, 한 방의 총성이 기어이 울린다.

 머물러 꿈꾸던 둥지를 잃고 손익계산서 없이 파닥이며 퇴화되어간다. 이 얼마나 슬픈 노래인가. 산 자가 은빛 물고기를 입에 넣고 하늘 높이 날아 봤자 전쟁이 남긴 자리는 흠집투성이, 빗나간 길, 황망히 날아오르는 빈 날갯짓이다.

 하여 진혼곡은, 산 자가 산 자를 위하여, 죽은 자가 죽은 자를 위하여,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하여,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가로놓인, 보이는 보이지 않는 장애를 새삼 환기하는 것이다. 애잔한  트럼펫 소리로,

 영화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안장하고, 그의 총을 무덤에 거꾸로 꽂아 놓고, 그의 철모를 총대머리 위에 씌우고, 나팔수 한명이 진혼곡을 부르는 장면은 동적이면서 정적이어서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이 트럼펫 소리는 새벽잠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 밤이슬 머금은 풀잎의 소리, 지하를 떠돌다 돌 틈을 빠져나와 계곡을 휘감는 물소리, 엄마의 자장가 소리, 그렇다 저 소리는 무엇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눈 감은 채 들어보면, 들어보지 못한, 느껴보지 못한, 천 개의 하늘 소리, 천개의 땅 소리이다. 어쩌면 우주가 꾸짖는 소리를 귓가에 내려놓는 것이다. 아파하면서 눈물 흘리면서 스스로 제 살을 갉아먹는 짓은 하지 말라고,

 1862년 미국 남북전쟁 시, 적군 부상병은 위생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고 만다. 장례를 치를 때 군악대 지원 요청은, 적군이라는 이유에서 기각되고, 단 한 명의 군악병만을 쓰도록 허락되었다. 나팔수는 적병의 주머니에서 나온 악보를 불었다. 이것이 진혼곡의 유래이다.

 사자(死者)의 영혼을 위로하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진혼곡이 울려 퍼진다. 엄숙해진다. 철모를 때도 그랬다. 길 잘못 들까 봐, 길이 너무 많아서 길 잃을까 봐, 길 아닌 길로 갈까 봐, 지금도 소롯길에서 갈 길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거의 다 왔으니 이젠 괜찮겠지 하고 마음 놓지 않는다. 특히 없는 길 만들어 갈 때는 조심조심 또 조심한다. 철이 들었을까. 보이지 않던 벌레 한 마리 기어온 흔적을 불현듯 살펴본다. 깊어진 길 저쪽이 캄캄하다. 한 방에 훅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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