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욱동씨가 금천둘렛길에 심은 비비추들이 꽃을 활짝 피웠다. 금천둘렛길을 찾은 시민들이 꽃길을 걷고 있다.

[금천뉴스 정휘경 기자]   “호암산능선과 측면등산로를 따라 올해도 대략 5~6백미터를 4월초부터 지금까지 비비추를 심었습니다.”
  시흥동 벽산아파트 1단지에 거주하는 김욱동(64)씨의 이야기다.
  금천구는 매년 밝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시키고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헌신 봉사한 모범구민을 발굴해 ’금천구민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2013년 금천구민상 공적심사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지역사회봉사부문에 김욱동씨를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했다.
  김씨가 삼성산 등산로 주변에 꽃길·꽃밭 조성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 주민에게 활력을 제공하고 살기 좋은 금천을 만드는데 기여했기에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욱동씨는 “2003년 3월 중순에 금천구로 이사를 와 이웃과 어울리며 이웃을 위한 작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단지가 조금은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우선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꽃이 피면 예쁜 단국화, 분꽃을 심었고, 그 다음해부터는 금송화를 구해서 단지내 길을 따라 심은 것이 이웃들로부터 좋은 반향이 되어 돌아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해가 거듭함에 따라 김씨의 활동 범위는 넓혀졌다. 이웃 뒤산 호암산의 궁도장, 잣나무약수터, 호암산 호암폭포, 불영암 부근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금천구민들과 호암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꽃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김욱동 씨는 등산객들의 부탁으로 난곡능선, 불영암 뒤 헬기장과 제2한우물성터에 코스모스를 심기도 했다. 한국토종인 비비추를 구해 호암산 뒷능선에서 찬우물을 거쳐 삼막사로 그리고 찬우물에서 석수능선을 따라 심어 내려오다가 석수역으로 가는 길로 틀어서 심었으며, 그 부근의 금천둘렛길이 시작되는 남서울약수터에서 불로천 약수터, 호암폭포, 잣나무 숲을 지나 호압사 주차장을 나오다 난곡능선이 만나는 결국 휴먼시아 아파트 옆까지 그의 손길이 닿았다.
  그는 대략 목측 상 10킬로미터 정도를 혼자 꽃길을 가꾸고 키우며 꽃을 피게 했다. 
  그동안 김욱동씨가 꽃을 심으면 모두 잘 자라는 것으로 보여 단순히 꽃을 심은 분으로만 여겼는데 김욱동씨에게 그동안 꽃길을 조성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꽃을 심으면 모두 잘 자라 준 것도 아니다”며 이 꽃길조성에 한때는 어려움이 있던 시기를 토로했다. 그가 꽃이 만발한 가을 코스모스 등산로를 기대하며 심었던 코스모스들이 자생력이 없어 거의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고민 끝이 김씨는 한국토종인 비비추를 구해 그 자리에 다시 꽃을 심기도 했다.
 한때는 숲속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많아서 한동안 꽃심기 보다 쓰레기 줍기에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쓰레기를 줍거나 꽃을 심는 광경을 보고 일부 등산객들은 “우리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죠...”라며 “안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소를 함께해준 등산객도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3~4년 전에 불로천 약수터 부근에 꽃길을 조성해 두었는데 어느 날 작은 나무 몇 포기를 심었기에 당시 그 나무를 상황 파악도 없이 제거한 사실이 있는데 그런 일이 있은 며칠후와 또 금년 봄에 그곳에서부터 호암폭포까지 서너 군데 꽃길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일부러 사다 심은 나무라는 것을 알고 그 나무에 김씨는 “나무 심으신 분께서는 용서를 하시고 노여움을 푸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사과문을 붙였다. 
  김욱동씨는 “최근에는 찬우물부근에 7~80대 할아버지 한분과 둘레길에서도 할머니 한분이 잘 자라고 있는 둘레길 꽃들의 잎사귀를 뜯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년부터는 자제하시고, 등산객님들께서 이분을 보시면 만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씨는 “여러 등산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품 둘렛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아련한 꿈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등산로와 비비추길이 되기를 기대하며 계속 심고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로서 중국어, 러시아어, 일어 순으로 짬짬이 공부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의 용역회사인 ㈜SJ Power(에스제이 파워)에 근무하며 직장에서도 그의 외국어 활용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자주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직장이긴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도 휴무를 이용해 계속 꽃길을 조성하고 있다.
  초기보다 꽃이 많이 번식되고 있는 것도 장마시 토사유출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둘렛길에서 찾아보기 드문 예쁜 비비추들이 금천둘렛길에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