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견제 못하고 있다.”는 구의회 무용론이 “개편 배경”
절대적 권한의 구청장과 구의회의 유착방지를 위해 개편안 마련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성임제 강동구의회의장)는 서울시 25개 구의회 의원들이 모여 지난 10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한마음체육대회를 열고 구의회 폐지안이 담긴 지방자치제도 개편안 철회를 촉구했다. 
  구의회 폐지안은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의 전횡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중앙정부는 많은 권한을 자치단체장에게 이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치단체장들이 직권을 이용해 부정한 행위를 한다면 지방공직사회 전체에는 부정부패 현상이 쉽게 확산된다는 지적이다.
  인허가에 있어서 절대적 권한을 가진 단체장에 대한 견제는 지방의회가 수행해야 하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오히려 단체장의 지지 세력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은 커녕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3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 이하 ‘행개위’)의 제13차 본회의에서 특별시 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안, 과소 자치구 기준 설정안, 시군구 통합여론조사 대상 지역 선정안, 통합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추가 특례안 등 4개 안을 심의 의결했다.
   ‘특별 광역시 자치구 지위 및 기능 개편안’에 의하면 서울은 수도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구청장은 민선으로 뽑지만 구의회는 모두 폐지하고,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대구 등 6개 광역시는 구의회도 폐지하고 구청장은 관선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의 구청장은 44명, 군수는 5명으로 이들이 해당된다. 그리고 서울시와 6개 광역시 구의회 69곳과 광역시 소속 군의회 5곳 등 74곳의 지방의회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또 인구와 면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10개 자치단체는 인접 자치단체에 흡수 통합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자치단체들이 사실상 임명제 행정구로 바뀌는 개편안이다.
  행개위는 ‘광역시 자치구는 행정구로, 구청장은 관선으로 전환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1년간 연구용역 수행과 이를 바탕으로 4개안-①행정구안 ②구청장선출?의회 미구성안 ③의회구성?구청장 임명안 ④현행 존치?기능조정안-에 대한 권역별 토론회, 분과위 본회의 서면의견 조사 등을 거쳐 논의하고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의결된 광역시 자치구(군) 기능개편안의 경우 ①안 행정구(군)안과 ②안 구청장선출?의회 미구성안 2가지를 복수로 선정했고, 구청장(군수)의 지위는 임명직으로 하되 중앙정부가 아니라 민선 광역시장이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들 행개위의 안건 의결은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행개위가 오는 6월31일까지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라고 한다.
  구의회 폐지안은 2010년 4월 27일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이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민주당의 수정보완 요구로 법사위에는 상정도 못하고 4개월 여 표류했다.    여야 간 수차례 협의를 거쳐 결국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의회를 폐지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서야 본회의에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이 상정돼 지난 2010년 9월16일 통과된 바 있다.
  이미 2001년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정당공천제가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현대판 매관매직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와 반대로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구의회 폐지에 반대한다. 이유는 자신들의 지역구를 통제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인 지방의회 의원 공천권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 의원 공천에 있어서 최대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방선거 때 구성되는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최종적인 결정을 하지만, 거의가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당위원장이 합의해서 결정한 것을 추인하는 실정이며, 그 중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중앙언론에 의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알려져 온 구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며, 간혹 터져 나오는 공천 비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천을 받기 위해 지방의회 지망생들은 억대의 후원금을 내는 것이 관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공천헌금을 내다보니 본전을 찾기 위해 부정부패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의원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 의원 등 지방의회 의원 숫자는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보통 한 지역구에 5명 정도가 출마한다고 치면 7만5000명이 매번 공천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산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지방의회 공천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도 싫을 것이다.
  자치구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대도시 자치구가 자치구 간 불균형을 야기하고 종합 행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구의회 등의 비효율로 행정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도 폐지 이유다.
  중앙언론에 따르면, 학계에 보고된 내용에 “지방의회 의원들 자체가 지역에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기득권층으로 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각종 비리에 가담하고 담합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집행부와 의회 간에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단체장과 의회의 담합이 진행돼도 거의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러한 풍토는 알게 모르게 이미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토착 이권 세력으로 공고히 결합되면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사업집행은 불가능하게 되며 이것이 ‘지방자치 무용론’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개위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과 해당 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향후 통합 추진 과정에서 주민투표 또는 지방의회 의결, 국회 입법 등의 절차를 거치는 만큼 주민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2012년 1월1일 기준)는 광역자치단제 16곳(특별시 1. 광역시 6, 도 8, 특별자치도 1), 기초자치단체 228곳(시 73, 군 86, 자치구 69), 행정시 2곳(제주특별자치도에만 설치), 행정구 33곳(인구 50만명 이상의 시에 설치), 읍면동 3477곳(읍 215, 면 1201, 동2061)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장과 구의원들뿐 만 아니라 그들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는 일부 지방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의결에 대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인데 충분한 논의도 없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 기한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강행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이번 개편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의회를 둔다’는 헌법 제118조를 위반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정상궤도에 접어든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성급한 판단임을 고발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의회 무력화 조치를 즉시 중단하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시민들 가운데서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시군구 의회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
  찬성하는 측은 “지방자치 선거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원래 자원봉사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자체 의원들이 지역 별로 서울시의원의 경우 6000만 원 이상이나 되는 의정활동비에 업무추진비를 받고, 보좌관까지 두느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