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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 - 홍경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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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2  1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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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팀은 40년 지기다. 1년 12달, 1달에 1번씩 만나는, 그런데 수평적 팀이 아니라 수직적 팀이다. 일반적으로 수평적으로 어울리는데 반해 수직적으로 어울리는, 보기 드문 세대별로 구성된 특이한 체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담론의 소재는 항상 다양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격론을 통한 성찰과 자각으로 합리적인 기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쑥쑥 자라는 희망을 창출하기도 한다.

 제주 올레길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약 13.4km 이며, 도중에 큰 엉, 동백나무 군락지, 쇠소깍 등 특이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큰‘엉’은 제주도 사투리로 언덕을 말한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바다를 집어삼길 듯이 입을 쫙 벌리고 있다 하여서 큰엉이라고 이름 붙여졌고, 쇠소깍은 못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에 형성된 지형으로, 맑고 깊은 물웅덩이와 기암괴석 따위가 어우러져 경치가 빼어났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름대로 완벽 장비를 갖춘 후 07:00부터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 진종일 진눈깨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듣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걱정대로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안위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계획에 쫓기는 우정을 키워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일행을 철없는 아이라 생각하고 잿빛 눈망울로 흘기는 자연의 심술을 개의치 않고 누군가 밟고 간 낯선 길을 나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니, ?이름 모를 야생화, 바닷바람에 춤추는 숲, 해녀 할머니들의 물질,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동네 강아지들, 기암괴석과 절벽, 하늘과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지도를 만든 형상, 노오란 감귤, 이 다각도로 변하며 거침없이 달려드는 모습에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으론 손색이 없었다. 소문처럼 숲은 숲으로, 바람은 바람으로, 바다는 바다로, 돌은 돌대로 무성했다.

 도중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에서의 농담은, 사랑이었다. 삶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은, 보여 주고 싶지 않던 그날의 뾰족한 속내를 들켜,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때, 어느 순간 사랑의 음표들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뜨거운 전이는, 팀의 상처를 꿰매, 보듬어 덧나지 않고, 없는 것을 있게 하고 있는 것을 더 있게 하는 강력한 백신,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의 음악소리에 젖어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지귀도라는 무인도를 만났다. 낚시 광들은 대물터로 불렀다. 벵에돔과 자리돔을 동시에 낚을 수 있는 유일한 곳, 수온 변화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두 어종이지만, 수심이 얕은 이곳에서는 수온에 관계없이 많이 낚을 수 있다고 강태공들은 말했다. 환경 조건에 따라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 부딪치고 그 틈새에서 일치를 이룬다? 섬 곳곳에서 사람과 물고기가 숨바꼭질로 야단법석이다.

 5코스는 한마디로 울릉도 도동항구와 저동항구를 잇는 둘레길과 이탈리아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친퀘테레 둘레길과 비교해 손색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길이다. 피곤하지만 피곤함이 보이지 않는 피곤함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 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의 웃음소리는 40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모두의 가슴에 청춘의 희열을 일으켰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까마득히 지나간 과거,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 같은, 어쩌면 시공 저쪽 땅의 사물을, 기원을 통해 이곳에 옮겨 놓은, 지구 탄생 비밀을 알 것 같은 곳이다. 오감을 활짝 열면 멋스러운 난대 식물과 울창한 동백나무 망개나무 숲속에서 또 다른 행성으로 나가는 통로 같은, 공룡이 있는 만개한 꽃밭을 만날 수 있다. 선지자가 특별한 즐거움을 색으로 옮겨 놓은 개화한 꽃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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