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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의 노래- 홍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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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6  15: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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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조용히 하세요. 노래를 부르고 있잖아요.
초록 바람을 품고 가는 햇살의 소리다. 라일락 향기와 쑥물 같은 소리이기도 하다. 노래에 관심이 없어도, 노래를 듣는 귀가 아예 닫혀 있어도 그의 노래에 한 걸음 다가설 수밖에 없어서 어느 의자에 편히 앉아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내용을 가슴으로 그리면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이 며칠에 걸쳐 머무르는 이것이 김호중의 노래이다.

 이미 부른 너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면 그것은 노래를 모르는 문외한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에서 더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강물 속 둥근 자갈은 서로 몸을 비비고 있다.
왜일까. 물과 물살의 사이에서 물 바깥의 세상과 바닥 밑의 바닥을 더듬기 위하여, 물과 물살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하여, 누군가가 정해 놓은 세상에서 땀 냄새의 짙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이듯이,

 아직 부르지 않은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죽음도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벌떡 일어서서 성소에 닿았다. 네가 노래를 불러 주었기에, 다친 마음바닥에서 노래가 터져 나와 날개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되었다.
하나뿐인 오늘이 해맑게 웃었다. 앞에 없던 임이 지금 온다 해서, 블랙홀도 두 쪽으로 쪼개졌다. 잠 잃은 밤, 빛나는 별. 너는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거대한 소리 탑 아래 무지개가 피어났다. 천상의 노래는 영원히 세상과 함께 하겠다며 꽃향기를 흩뿌렸다. 허무의 강을 건넜다. 세월은 세상을 빗질하며 무성한 탱자나무 울타리를 손질했다. 그리고 온몸 훑어 울며 냉수를 한 컵 들이켰다. 자유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상 입에서 나오는 말과 세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 흐뭇해 할 때  세월과 세상은 목청 높여 노래했다.

 너는 너무 우뚝 서 있어서, 곁에 없으면 눈에 자꾸 어리고, 신음을 내지르지 않으려면 오늘도 노래를 들어야 했다. 지난 날 다가올 날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낯 붉히며 우두커니 서 있는 저녁 어둠 밝히는 노래는, 빡빡한 현실을 느긋하게 웃게 함으로서 눈빛을 세분하며 속내를 털어 놓고  고단함을 이겨 낸다.
음산한 바람은 아예 불지도 못하고 여전히 있는 곳 밖에도 여전히 있어서

 어떤 날은 발갛게 웃고 어떤 날은 파랗게 소곤거렸다. 창백하게 질릴 때가 있을 때면 더 따뜻해져 말은 많아지고 몸을 유연해져 갔다. 꽃향기 그득한 감상실이었고 듣고 싶은 노래는 다시 듣고 싶은 노래로 오래오래 기억한다.
무한 솟구치는 힘, 먼 바다에 눈빛 보내며 지켜 온 자세로 지켜보는데, 격동의 갈라파고스 파고다. 심금을 울리며 진화하고 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내부적 갈등이 사라지고 환하게 웃는 어떤 어려운 일을 끝낸 휴식 같은 시간이랄까 살다 보면 응어리진 생각들이 불길로 타올라, 세를 부리려는 자들을 무참히 꺾을 생각으로 시간을 움켜쥘 때가 있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사회적 저항을 일으켜 안타까운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의 노래는 이런 것들을 죄다 치유해 준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왜적을 물리친 거나 진배없는, 트로트의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격변으로 귀결된다. 고음뿐 아니라 저음과 비음에 이르기까지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탁월한 감정 표현이 그렇다. 그만큼 해냈으면 조금은 거만을 떨 법도 한데 이제 시작이다 라며 늘 겸손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기에 독보적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그의 삶보다 잘 영근 언어 품성 자세는, 상처와 환멸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리고, 기약조차 없는 극단적인 외로움을 차근차근 환수하면서  고사목 환경과 살얼음 경제를 딛고 노래로 부활하는 모습은, 허공에서 무지개그네를 타고 노는 거나 다름없다.
누가 뭐라거나 개의치 않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꿋꿋한 자세에 비바람이 매섭게 몰아쳐도 묵묵히 견뎌내는 저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돌부리를 걷어차다가 발부리를 다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세상의 파고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지는 고초가 없었으면 한다. 숙명과도 같은 도전은 언제나 있기 마련인데 그 도전은 언제나 아름다운 도전이기를 바랄뿐이다.
삶이란 전쟁 같은 싸움이다. 온몸을 다치면서 그 험한 길을 가려면,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려면, 잊히지 않는 존재로 우뚝 서려면,

 내면의 병실에 갇혀 있는 부서진 영혼을 잘 위로해야 할 것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후일 초심을 잊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그럼 수수만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감동의 눈물위인이 될 것이다. 역사가 될 것이다. 하기야 하나의 존재로 각인 되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고달픈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립된 어둠 속에 갇힌 그들의 소리와 함께 있을 때 그 노래는 또 다른 합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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