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색의 배경에 연륜을 품은 다완(茶碗, 차 사발)들. 

  은은히 여백 속에서 배어나오는 찻잔은 더욱 두렷해져 예사롭지 않은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많은 작가들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되는 물체를 어떻게 돋보이게 표현할까 고민한다면 그의 그림은 물체가 스스로 배경과 함께 돋보이게 되는 물체의 외면이 빛나는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캔버스 위에 그림으로 그린 담백한 다완의 이야기다. 

  4월 13일부터 27일까지 15일간 갤러리 콩세유(전화: 02-2223-2511)가 기획초대전으로 야심차게 마련한 ‘연륜 품은 茶碗, 김양묵 초대전’이 열린다.

  이번 김양묵 초대전의 작품들은 작가가 20대 젊은 시절, 시도했던 도자기 회화의 연속선상에 있다. 돋보이는 회화 실력은 최상의 작품을 탄생 시켰다. 20대 시절 그의 도자기 회화는 이젠 인생의 연륜과 깊이를 품어 여유로움으로 발전했다.

  차 사발, 찻잔, 다완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들은 모양도 색상도 크기도 달라 감상자에게도 소장가에게도 호평이다. 

  김 작가의 손을 거쳐 캔버스에서 고스란히 옮겨진 다완은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깊이 있는 화면에 스며든 차 사발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외면의 빛이 화면의 깊이가 된 세계”라고 평을 한다.

  그는 김 작가의 작품을 “흰색에 흰색, 미색에 미색으로, 붉은 빛과 푸른빛이 드러났다 숨겨지다 하는 조응의 지점들이 그릇표면이자 화면의 인상으로 구성되고 전개 된다”며 “사물의 재현보다 사물이 놓인 자리에서 서로를 밀고 당기는 긴장을 만나게 한다. 소재와 구성의 반복, 크기와 색상의 변화 없는 처리, 같은 눈높이로 처리된 사발의 위치, 오른 쪽으로 들어와서 왼쪽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조명 등은 작품전체를 조직하는 요인으로 환상적”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작은 다완을 그렸지만 차 사발의 존재감은 대단하게 다가온다. 미색의 배경에 그려진 다완은 캔버스 중앙에서 조금 비켜 있거나 좌우, 상하로 위치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소박해 보이지만 느낌은 강하다.

   비어있는 공간이 주는 상상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다완 속에 담겨 있을 맛까지 배경 속에 스며든 듯 그림 속 깊이는 품격으로 스며든다. 

  김양묵 작가의 사실적 묘사는 불의 흔적, 흙의 특성, 유약의 흘러가는 특성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 작가는 “그림 속 사발은 평소 좋아하는 도예가에게 부탁해 만든 작품들”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에는 국보급 찻잔을 직접 소개받아 그린 작품도 선보인다.

  무려 193x133cm 크기의 캔버스위에 그려진 이 작품은 명품 다완의 품격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작이다.   

  그의 작품은 실제 존재하는 찻잔을 직접 보고 그렸으니 세밀한 작품묘사는 사진이상의 극사실이다.  

  캔버스라는 주어진 공간에 김작가의 작품을 보면 한개의 차 사발이  빈 여백까지 가득 채운다. 

  이 밖에도 즐겨 그려온 극사실적인 대나무 그림과 함께 10호와 30호, 100호 등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양묵 작가는 1946년생으로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을 나와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제1회 BFAA 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등 미술과 관련해 주요한 직책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