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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작가의 벡사시옹 (Vexations)전10월 8일부터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김정기  |  theart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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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1  18: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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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 작, 〈There is a Crack in Everything #2〉, 2021. 코튼 페이퍼에 연필, 100 x 71 cm.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한진 작가의 벡사시옹 (Vexations)전시회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소재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10월8일부터 11월7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한진 작가의 벡사시옹(Vexations)》은 같은 제목의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의 피아노 연주곡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이곡의 악보는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연주자는 마디의 구분도 없는 이 곡을 악상기호에 따라 ‘매우 느리게’ 840번을 연속하여 연주하여야 하고, 이 곡을 연주하는 데에는 약 20시간이 넘게 걸린다.
연주하는 것이든 연주를 듣는 것이든, 20시간 이상 반복되는 시간에 갇힌다는 것은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사티는 보란 듯이 ‘괴롭힘’이라는 의미의 벡사시옹(Vexations)을 제목으로 붙였다. 
 어쩌면 폭력적이기까지 한 이곡의 제목을 전시의 제목으로 가져온 것은 기억에 깊게 남겨진 풍경을 그리는 한진 작가에게 ‘기억’이라는 것이 맞닥뜨려지는 매순간이 ‘사건’의 마주침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조용히 왔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문득 떠오르는 것이며, 결코 잊힐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들뢰즈가 이야기했던 사유가 발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사유는 원하는 때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문득 사고(事故)처럼 닥쳐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유는 폭력적이며 그로 인한 변화를 일으킨다.
 에릭 사티의 곡 악보에는 “840번 반복하여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 사전에 최대한의 침묵 속에서 진지한 부동성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속도와 리듬을 지시하기 위한 악상 기호이기 보다는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태도에 관한 지시로 들린다.
  “아주 느리게 한 음, 한 음을 짚어내며, 그 음이 어떤 울림을 갖고 있는지 사유하라, 그리고 다음 음을 위해 조용히 집중하여 대비하라.” 한진 작가에게 ‘회화’란 자신에게 찾아 온 기억 속의 풍경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반복하여 그려내는 것이며, 아주 느리게 질료와 그것들의 마찰을 받아들이면서 그 다음에 올 것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시에서 작가는 이러한 그림에 대한 태도를 3차원의 공간으로 펼쳐낸다. 전시장의 드로잉과 영상, 그리고 벽 드로잉은  작가가 ‘시간이라는 공간’과 ‘물리적인 공간’을 교차시키며 만들어내는 하나의 음(音)이며, 오래도록 응시하며 남은 하나의 풍경이다. 작가는 작품과 관객의 움직임, 공간과 시간이 이러한 시각적 장면으로 떠올라 변주와 시차를 거치며 840번의 연주가 완주(完奏)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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