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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시흥동 161번지(현 경남아파트)-(1)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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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14  14: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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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시흥리 전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전방부대로 소속을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얻어 수많은 전우가 쓰러져 숨진 시흥리를 근 8년 만에 다시 찾았다.
농촌사회 초가 풍경은 별다름 없이 옛 그대로인 가운데, 몇 가지 특이 변모가 확인됐다.
국가적으로 단기력이 서기력으로 전격 개력된데 이어 화폐개혁이 단행되었고, 지역적으로는 경기도 시흥리 동면에서 서울시로 편입되어 있었다.
옛 방직공장 자리였던 기차역 앞으로는 미군 도하부대가 들어앉아 있었으며, 거기서 한참 먼 국도 1호 해 뜨는 동편-생 개나리로 울타리를 두른 송동골 몇 채의 옛 대궐 한옥은, 그새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보육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버지는 며칠을 머물며 관심이 안 갈 수 없었던 보육원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원아들이 말할 적마다 많은 침방울을 내뱉는다 하여 물총 별명을 붙여준 제주도출신 총무로부터 소중한 비밀정보를 장시간 들었다. 그 이야기를 아버지는 월남파병 한 해 전에 자녀들에게 들려줬다.
 
  이름 없이 명숙이 엄마로만 불렸던 아줌마는 작은 신장의 마른 체구는 가벼웠다.
함께 사는 둘째 딸의 이름이 수식되어서 흔히 불린 존재감이었다. 노파의 큰딸은 엄마와 떨어져서 객지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대학생 신분이었다.
교회 가는 일요일에 엄마와 친동생을 보려고, 이따금 코흘리개 6세 어린이부터 사회진출을 앞둔 17-18세까지 나이층이 다양한 전쟁고아들이 모여 사는 서울의 최 경계 발바닥 농촌 마을 변두리에 소재해 있는 보육원을 찾곤 했다.
그때마다 느껴 본 인상은 학문을 닦는 후광의 학생이라, 교육수준이 아주 낮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교양미가 돋보였다.
그 점이 실제적 미인은 아니나 미인으로 비친 한편으로 호감이 들었다.
단발파마에 동생 같은 원아들을 대할 적마다 편안한 웃음을 지어냈던 그녀의 이름은 유정숙이었다.
  
원아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10개 시멘트 층계 중심 좌우의 양측 축대 위로 세워진 붉은벽돌 건물을 사무실강당 용도로 쓰는 좌측 한방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는 유명숙의 성격은, 쾌활한 만큼이나 개방성이 강한 성향의 열아홉 처녀였다.
사춘기로 접어들자 멋 부리는 외모치장 시간이 한결 길어진 가운데,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활짝 펼친 부채꼴 모양처럼 상큼하게 부드러웠다. 
  
그녀와 비교적 자주 어울리면서 몸 엉킨 장난을 곧잘 쳤던 원아는, 돌주먹에 성질이 까불까불한 김병호였다. 그렇지만 그보다 까까머리들에 아로새겨진 기억은, 유명숙의 양갈보 행각이었다.
건물 규모가 작은 시흥역 앞에 소재해 있는 58부대 미군장병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벌였다는 추억이다. 
  당시 열아홉 살에 불과했던 유명숙의 주 외출시간은, 인물식별이 불분명한 야간시간 대였다.
시흥동 내 어느 건물에서 한밤을 지새웠다,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사이렌 직후에 개나리 울타리를 비집고 귀가하는 그녀의 몸에서는, 외제화장품 냄새가 신경을 자극했다.
양 눈썹이 검게 덧칠된 모습에 붉게 칠해진 입술 사이에서는 술 냄새가 내뿜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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