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뉴스 진홍기자] 대출 이자 연체에 집까지 압류당하자… 아들 살해

 

 초등학생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40대 여성 A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4월5일 오후 금천구 시흥동 다세대주택에서 10세와 9세 두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별거 중인 남편이 보내주는 돈으로 두 아들과 생활해 왔지만 남편이 빚을 지자 대출 이자가 연체되고 살고 있던 집까지 압류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A씨는 "생활고를 겪다가 아이들을 살해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서 남편이 1억 원 가량 도박 빚을 지면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A 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혼자 두 아들을 양육해왔다.  이웃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아이들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남편이 없어 집수리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었고 A 씨가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다, 차라리 바람난 거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며 “도박 빚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인사를 잘 했다”는 같은 빌라 다른 주민은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워낙 힘들어했다”고 기억했다.

A 씨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거주하는 빌라의 대표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들은 A 씨가 밝은 모습으로 다녀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후임 대표를 맡은 김모 씨(34)는 “A 씨가 2014년부터 8년 동안 자가로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빚과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A 씨의 두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슬픔에 잠겼다. 학교 관계자는 “두 아이를 맡았던 담임선생님들 역시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평소 밝은 모습만 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

   두 아이의 시신은 이틀 동안 집 안에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남편을 찾아가 범행 사실을 알렸다.

 이틀 뒤인 7일 오후 4시 40분쯤 A씨는 남편과 함께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8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를 4월13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회색 후드티 차림에 모자로 얼굴을 가린 A씨는 '왜 자수했나' '하고 싶은 말씀은 없나' '별거 중 남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은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오전 7시 17분쯤 경찰 호송차에 올랐다. 

  서울남부지법은 9일 A씨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A씨는 흐느끼며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금천구청에 의하면 A 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복지 혜택을 못 받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거주 형태가 자가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14년 2월 송파구 3모녀의 비극적인 죽음과 이후 '송파 세모녀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시가 급한 사람에게 곧바로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해도 공무원들이 일일이 선별 작업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사각지대' 놓여 긴급지원이 필요한 빈곤층에 대해 관계기관과 이웃의 관심이 더 요구된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