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이러저런 이유로 필자를 포함해 괴로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유가 최고의 가치인 자본주의사회는 돈으로 나와 가족친지를 대할 수밖에 없는 역학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은 전국에서 1인당 지역총생산이 가장 높고, 사회봉사단체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곳곳에서 사랑의 온정을 나누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도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울산지역경제가 위기라는 여건에서도 갤럽조사에서의 울산시장 평가는 17개시도지사중 1등이었다. 최고의 예산을 확보하고 최대의 외자를 유치하고,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세일즈하겠다는 시장이 있고 정보과학기술을 도입, 오일허브를 조성하겠다는 탁월하고 결연한 의지를 지닌 리더들이 많은 곳이 울산이다.

 

시인 아르키아스를 변호하던 로마의 변호사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현상을 말하자면 이렇다. “이런 사람들은 탁월함을 습득하고 훈련하기 위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런 공부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인문은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줍니다”라고 변호했다. 물론 그 변론은 성공했고 훌륭한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키케로가 아르키아스를 구제하기 위해 나선 것은 바로 학문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볼 수 있다. 지루한 이야기일지도, 그 학문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평상시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최상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희망의 저 밑에는 단단해서 깨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그들의 경험까지 거울삼는 리더들의 노력이 바로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내 손안에 있는 희망이다”라는 나폴레옹 1세의 말처럼 내공을 지니고 군주의 거울을 보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이미 안전하다.

 

이런 안도로 올해의 설은 그리 슬프지 않아도 될 것이다. 총체적 난관에서는 특히 인간답게 살고자 더 노력해야 한다. 인문교양과 인문학의 존재가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도 사후에 그가 가지고 다녔던 빨간 가방 속에서 인문학 서적과 시가 빼곡히 적혀 있는 노트가 나왔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다던 그의 힘은 그곳에 있었다. 바로 자기성찰을 꾸준히 하는 삶이야말로 어떤 것이 가치 있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은 필립의 아버지로부터 “필립을 미국으로 데려오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놀고 있는 친구 필립을 데리러 간다. 하지만 톰은 방탕한 그를 죽여 바다 속으로 던진다. 육지에 올라온 이후 필립 행세를 하며 돈을 쓰고 호화로운 행세를 한다. 필립의 친구가 의심하자 톰은 친구를 죽인 뒤 필립이 살인자인 것처럼 꾸민다. 필립의 애인 마르쥬마저 톰에게 마음을 열게 되자 톰은 자기 삶의 가장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행복에 젖는다. 바로 그 순간 팔기 위해 인양된 필립의 요트에 필립의 시체가 걸려 육지로 딸려 올라온다. 허상을 따르는 삶의 종말이 명확하게 보여진다. 톰이 몰랐던 그 경계는 태양이 그의 부정을 그의 범죄 현장을 다 뚜렷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묵묵히 나눔과 봉사를 하는 이들의 수고와 리더들의 고충과 노고들도 태양(太陽)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천고행건(天高行健)이란 하늘처럼 땅처럼 더 힘차고 더 높이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허상을 좇기보다 책을 거울삼고 소유 중심의 삶에서 벗어 나와 고요함과 단단함으로 나를 찾고 가꾸며 산다면 더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