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 님의 the last train에서

예나 지금이나 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어디를 그렇게 가고 오는 지 날짐승이 날아가듯 바쁘다.
그래서 그런지 사연도 많다.
목 놓아 울고불고 하는 일, 목젖이 터져 라고 소리 내어 웃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같은 이별과 만남의 장소가 바로 역이다.
역 하면 어쩐지 간간히 시심과 서정이 흐르는 것은 뭣 때문일까.
기차라는 짐승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속성 때문에
그럴 것이 아니겠는가.
장소를 불문하고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이면 더욱 그런 생각에 잠긴다.
그래서 그들만의 새로운 역사가 씌어져 거북등에 실려 천천히
구름처럼 흘러간다. 종착점이 어딘지조차 모르면서
그래도 마지막 기차는 기착점을 떠나 종착점을 향하여 기적을 울린다.

시인 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