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처럼 맞댄 아랫도리 열불 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아지랑이 몽롱한 한나절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김동준·님의 가벼운 농담 중에서

느슨한 봄날이면 한번쯤
이런 것을 원할 때가 있음직스럽다.
앵두꽃이 만발하게 피었고
뒷산에서는 뻐꾸기가 구슬프게 울어대고
봄잠에 든 멍멍이는 툇마루 끝에 앉아
시름시름 존다.
먼 밭고랑 사이로 아지랑이가 펄펄 오르는 사이
돌쩌귀에 맞댄 아랫도리는
열불 날만도 하다.
이런 봄날이면
바람나지 않을 남녀가 어디 있으며
한번쯤 그럴만한 세월은 보내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 얼마나 많을까?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