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담보다
찰라 찰라가 갈림길이다

순간의 실족에
담보물로 팔려 나간다
파이프에
젖 먹던 힘으로 매달린다
이렇게 살라고
어머니는 젖을 주셨을까?
아픔을 묶듯이
이리 저리 반생*을 엮는다
한 층 한 층
아시바*를 올려야 한다
삶을 들어 올려야 한다
하늘이 내려앉으면
땅은 떠나간다
새도 아닌데 하늘에 머문다
아버지가 그리워
이렇게 날마다 오르는 걸까?

* 아시바 : 건축물 외부 공사하는데 사용되는 파이프 구조물, 일본말
* 반 생 : 건축에 사용하는 굵은 철사, 일본말

-耕空 이광수 님의 시집 “찰나” 중에 마천루의 전문

항상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면 산다.
그것은 욕망의 하나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앞과 옆으로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충돌은 다툼의 시작이고 믿음에 대한 사물의 소멸이다.
그렇지만 오르려는 마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을 찾으려 하는 갈구 다.
바로 플라톤적이다.
지상을 떠나 공중 부양을 시도 하는 것은 비록 실패가 될지라도
시도해보려 측은함도 있다.
그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고 존재한다.
어버이의 그리움이랄까. 여인의 그리움이랄까 어느 쪽이든 싫지는 않다.
이리저리 반생을 엮어 맬 때마다 살아오면서 하나씩 저지른
죄를 사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오르고 내일도 오를 것이다.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