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파시, 미카 이름을 가진 기차 아지랑이 언덕 넘는 반나절 봄이 있다
KTX가 서울서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해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봄이 있다
버들가지 물 위에 졸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나절 봄이 있다
고운 나이에 세상 등진 외사촌 동생 순자 생각나는 반나절 봄이 있다
어린 마음 떠나지 못하고 물가에 앉았는 반나절 봄이 있다

―도광의 님의 반나절 봄 중에서(1941~ )

요즘 도처에 꽃들의 향기로 그윽하다.
보이는 것은 모두가 청춘이다.
해서 말하는데 청춘은 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반나절은 인생의 절반일 수도 있다.
그것이 요즘 세상에는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과 나라의 끝자락인 목포까지 가는데 반나절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바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해야 하는 것인지 불행하다고 해야 할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내 외사촌 동생 순자가 생각나게 하는 봄날,
그것을 생각하게 한 것도 반나절의 봄날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나 역사도 반나절의 봄날에
이뤄지고 없어져 버린다.
죽고 사는 것도 반나절이면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지금이다.
소리나 파시나 미카라고 부르던 증기기관차시절은 눈 깜작하는 사이에 과거로
돌아가 버리고 300킬로로 달리는 KTX가 철로를 달리는 세상이 도래한
지금 우리는 뭣을 더 바랄 수 있고,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 가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