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님의 선암사 중에서

  <해설>

세상을 살다보면 울 일이 너무 많다.
슬퍼서 울고 기뻐서도 운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울다보면 내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울고
웃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들곤 한다.
허나 웃는 일보다는 우는 일이 더 많은 게 현실이지 않는가.
세상이 너무 서러워서 우는 일이 그렇지 않은 일보다 더 많은 것이다.
풀잎이 울어주고 죽은 나무가 운다.
새도 울고 종소리도 운다.
그리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해우소(뒷간)도 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울지 않고서 어떻게 이 삭막한 세상을 오롯이 버티어
서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울고 싶으면 선암사 뒷간으로 가라.
그리고 실컷 실컷 울어라.
눈물이 폭포수처럼 펄펄 쏟아지고 목청이 포탄 터지도록 울러보아라.
그러면 세상이 억수로 밝아 보일 것이니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