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산속의 바위 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하늘은 도는데 땅은 그대로 있네
손이 움직일 때마다 천둥소리 나더니
사방으로 싸라기눈 날리다가 잔잔히 떨어지네

誰能山骨作圓圓(수는산골작원원)
天以順還地自安(천이순환지자안)
隱隱雷聲隨手去(은은뇌성수수거)
四方飛雪落殘殘(사방비설낙잔잔)

-조선조 순조 때 김병언(삿갓)의 맷돌 중에서

그는 시인이자 요즘으로 말하면 여행가(방랑자)나 다름없었다.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삶의 지혜를 얻었다.
그러나 그 많은 삶의 현장에서 습득한 지혜를
모두 사회에 환원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의 머리속에 꼬지꼬지 접어 남겨두었을 뿐이다.
우주 속의 세계는 쉼 없이 돌고 있는데 지구도 따라서 돌고 있는데
나와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권력도
그 규모가 약해지지 않았다.
맷돌에 잡힌 손은 돌고 있는데
그 옆으로 떨어지는 음식물은 하얀 싸라기눈으로 변해 떨어지는 것은
자신의 쓰레기 같은 세상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제도도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도 이런 사람 없으란 법 없지 않은가?
많은 노숙인 이 바로 그런 사람들 풍이 아닐까싶다?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