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넘어서
옛날에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것만
오히려 세상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소월 님의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중에서

요즘에 이런 사람 있으면 바보이거나 천지라고
불었을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사는 사람, 철없이 살았던 젊은 시절,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말하는 여성적인 사람,
듣기 좋고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그리워진다.
법 없이 살 수도 있는 세상, 돌아서면 무심하다고
나무랄 사람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래도 옛날에 헤어진 그 임을 그리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이는 세상이 얼마나 좋으리.
한번 그런 세상을 외쳐보고 싶다.
그냥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다.
-시인 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