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잔인한 어머니, 그 품속에 말없이 누워
하늘의 별을 세는 땅위의 별들을 본다.
우람한 원시의 생명과, 작은 들꽃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 대신, 포단의 잔해와
화약냄새와 그 밑의 생명이
별이 되어 쉬고 있는, 그 산은 백마고지
다시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다가서고 싶은 그리움도 민통선에 묶이는 산
395고지 백마산, 이름없는 능선이
세계의 전사에 떨친다
언제면 별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산은 산으로 돌아오려나

- 김운기 님의 백마고지 중에서

 이 시는 당시 제9사단 28연대 제6중대 중대장이었던
한 장교가 쓴 글이다.
 몇 칠전에 평화의 열차를 타고 백마고지를 아내와 함께 갔었다.
지금은 그때의 백마고지는 아니지만 번득 스치는 전운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쟁이 있었던 60여 년 전, 24번의 주인을 바꾸며 포탄에 목숨을
맡긴 채 싸웠을 병사들의 얼굴이 선하게 떠올랐다. 피 터지는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용맹 때문에 지금 우리는 교황도 만날 수 있었고, 평화와 행복을
누리며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리라.
그 많은 별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구천만은 떠돌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친 목숨으로 조국과 국민들 모두가 편히 잘 살고 있으니까.
 그들의 영혼은 모두가 고향의 어머니 품에 안겼을 것으로 믿고 싶으니까.
먼저 가신 그들의 명복을 우리는 빌면서 들꽃처럼 죽어간
많은 병사들 전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