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단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없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님의 빈집 중에서

사랑은 짧은 추억이다.
그래야 멋진 사랑놀음이 된다.
잘 있거라, 짧았던 사랑들아, 그리고 감춰지는 밤들아
사랑은 어둠을 낳는다. 어둠은 버려진 것이다.
버려진 것은 아무도 주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애정이다.
애정은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추잡한 것이다. 그리고 비굴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나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다 지쳐지면 애증을 가진다.
애증은 끝내는 죽음을 가져온다. 그래서 싫다.
싫다는 것은 가져도 된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서진 조각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싸우며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사랑이 없는 전쟁은 무의하다.
결국은 폐가 망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것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래서 사랑을 할 수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