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헌 영 세영정형외과 원장

50대의 매우 뚱뚱한 부인이 요통 증으로 나를 찾아왔다. 뒤뚱대며 무거운 몸을 겨우 진찰대 위에 눕힌다. 등은 뜸자리로 추수 직후의 논바닥 같다. 엑스선 사진에는 요충같은 금침의 잔해들이 그동안의 요통이 환자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잘 보여준다. “원장님! 허리가 아프고, 변비가 심하고, 머리가 항상 무겁습니다.” 본인이 호소하는 요통 중에 비해 진찰해 본 결과 디스크 병이나 특별한 신경증상은 없었다. 고혈압이 있고 얼마 전 신체검사에서 고지혈증이 있었다고 하고 약 30% 이상의 비만이 있었다. 나의 진단으로는 그 부인은 요통환자의 70~80%를 점하고 있는 <운동부족에 비만증과 가벼운 퇴행성관절염>환자였다.

“이 병원, 저 병원 안다녀 본 데가 없습니다. 정형외과, 한방물리치료, 침, 뜸, 척추 교정 센터, 통증클리닉 등등 돈도 무척 많이 갖다 바쳤는데 잘 낫지를 않습니다. 원장님 어떻게든 좀 낫게 해 주십시오.”
“아주머니! 제게는 아주머니가 따라주시기만 하면 틀림없이 낫는 특효 처방이 있습니다. 그러나 처방료가 상당히 비싼데, 이미 다른 병원에 다니시면서 너무 많이 쓰셨다니 큰일이네요?” 금침 좋아하는 배금환자에 돈 만아는 돈팔이 의사를 만난 것 같다.
“치료만 된다면야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해 보지요!”
“아주머니! 제 처방이 너무 비싸서 그런지 많은 환자들이 잘 지키질 못합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치료를 하시겠다는 열의가 대단하시니 특별히 알려드리겠으니 지키겠다면 알려드리지요”
“예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볼펜과 종이에 제기 부르는 처방을 받아 적으십시오.”
내가 내어 미는 볼펜과 종이를 받아 내 앞에 다가앉은 환자의 얼굴은 상기되고 진지하다. 나의 입을 주시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물 2컵을 마시고 인근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을 가십시오. 그리고 다리를 쭉쭉 뻗으며, 양팔을 크게 흔들며 걸으십시오. 그리고 자연을 느끼며 <내 몸과 마음은 다시 태어난다. 아주 날씬하게! 아주 건강하게!> 등의 자기가 기원하는 내용을 반복 암송하며 적극적이고 즐거운 명상을 하십시오. 받아 적었습니까?”
“예 적긴 했습니다만?” 비싼 처방을 해 준다더니 별로다 싶었든지 약간 실망하는 표정이다.
“1000보를 걷는데 약 10분이 걸립니다. 그러면 1시간을 걸으면 몇 조를 걷게 됩니까? 1시간을 걸으면 6000보입니다. 집에 돌아와 저금통에 6000원을 저금하십시오. 저녁에도 1시간 같은 방법으로 걷고, 걸은 만큼 저금하십시오. 하루 12000원을 저금하기위해 일체의 간식을 먹지 않아야 됩니다. 물론 식사도 비싼 고기는 줄이고 채식을 많이 하면 더욱 좋겠지요. 시간이 없으신 분은 출퇴근 시 한 정거장 전 전철역에서 내려서 걸어도 효과는 거의 같습니다.
하루 12000보 걷기에 12000원 해야 되지만, 줄여서 <하루에 만보 걷기>를 하고 <하루에 만원 저금하기>를 하게 됩니다.
몸은 건강해지고 돈도 벌고 이것을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기>l 값은 경제 여럭에 따라 자기가 정하는 것이 좋지만 몸과 마음을 위하는 것이니 자기 벌이의 10에 1조는 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만 원 월급이면 십일조는 한 달에 10만원입니다. 하루에 약 3000원을 저금하면 됩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선 좀 더 저금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처방료가 비싸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만보 걷고, 만원 저금하기>가 비싼 처방입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지키지 못하는 것을 보니 너무 처방이 비싼 탓인 것 같고, 이 처방을 따라 잘 지키는 환자는 그의 모든 생활습관병이 치유되니 얼마나 비싼 처방입니까? 환자분께서는 일년만 이 돈을 저축해도 360만원이니 해외여행도 할 수 있고, 10년이면 집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처방료를 의료보험 조합에 청구하겠습니다. 비록 몇 천원 안 되는 진찰료지만 내말 한마디로 한 사람이 바뀐다는 즐거움이 있으니 보상이 너무나 큰 것이지요. 혹시 환자분께서 <비싼 처방료>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시면 치료 전후의 사진을 하나씩 보내주십시오, 환자들의 치료사례를 모아 책을 출판하여 나도 돈 좀 더 벌게 되면 금상첨화겠지요.”

고혈압, 당뇨, 비만, 요통증, 근육통, 변비, 우울증 등등 대부분의 성인병 즉 최근에는 이 성인병을 생활 습관에서 온다고 생활습관병이라고 한다. 생활습관이 나빠 병이 걸리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그 병은 낫게 된다. 많은 현대인들은 몸에 좋은 것을 찾아 혈안이 되어있다. 피로한 몸을 풀기위해 잠을 자자가도 몸에 좋은 <휴식 강의>가 있다면 눈을 부릅뜨고 강의를 듣는다. 공원 옆 헬스클럽에도 사람들로 빈틈이 없다. <햇볕>이 좋다면 멋쟁이들은 인공 태양 밑에서 피부를 멋있게 태운다. 몸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아 <몬도가네식 음식>도 즐겨 찾고 <오행생식>을 하는 사람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청정 공기>도 멋있는 용기에 넣어 비싸게 팔릴 날이 올 것이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도 <만보 걷고 만원 저금하자>라는 표어를 어떻게 하면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벌어볼까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