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맑은 물에
마음 담글 새 없었구나
평생에 쌀 닷 말도 먹지 못한
가난을 등에 지고/죽어서야 펴진 허리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
눈자위 꺼질 때까지
짚 풀 사이로 별빛도 보고
귓바퀴 주저앉을 때까지/바람결에 세상소식 들으며
초분 궁전 삼년//
달과 별과 세상을 운행하며
이승 숲에 떨어진
칠레꽃잎처럼
하얀 뼈만 남기고/구름사이로
훨훨 훨.

-박후자 님의 시집 “묵비” 중에 ‘초분’전문

*잘 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먹는 량은 같을 것이지만 유독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먹성이 더 심해 더 들어간다고 보면 맞을 만도 하다. 그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간식을 하느냐 안하느냐하는 데에도 차이가 있을 법하다. 이렇게 가난을 짊어지고 살다가 죽으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죽음에 있어서는 똑 같다. 벌거벗고 가는 인생 무엇이 다르겠냐. 만은 잘 먹고 죽어 빛깔이 좋아보여야 자손들이 복 많이 받는다는 옛말이 있으니 믿거나 말거 나다.

눈까풀 꺼질 때가지 짚 풀 사이로 빤히 보이는 하늘의 별도 편히 보고, 바람결에 들려오는 세상 살아가는 냄새도 맡고, 대통령에게 욕하는 소리도 들어보고, 이승에 떨어진 칠레꽃잎처럼 하얀 뼈만 남기고 간다는 말이 직설 적이지만 가슴으로 다가와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