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새해에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일 듯한 잡초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고 불태운다. 저 외치는 소리는 어떤 의미일까. 굵은 칼바람 끝에서 야호 하는 소리가 하늘을 뚫는다. 아마도 붉은 카펫을 펼쳐놓은 천국의 계단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었을 게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인이 될까. 모두가 존경하는 참사람이 될까. 환호를 듬뿍 받으며 금의환향하는 고관대작이 될까. 스포츠 스타가 될까. 국민배우가 될까. 흐릿하게 다가오는 가상공간 속으로의 여행은 장애물이 없다. 정신은 말짱한데 그저 광활할 뿐이다. 한발자국을 내디디자 순간 협소해졌다. 누가 뒤통수를 쳤다.

 생각의 범주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다. 모두가 섹시한데 나만 후줄근하다. 이를 분석하자 머리가 맑아지고 삶이 나아갈 목표가 뚜렷해졌다. 비교를 하자 갑자기 텃밭 떠난 파처럼 온몸이 축 널어지고 아팠다.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지 수천 년 동안 쑥스러워하고 부딪치며, 마침내 한 알의 밀알은 밀밭이 된다. 삶도 이와 같아, 입술은 부르트고 어깨 죽지는 곪고 그리하여 꽃과 빛이라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 깨기지만 가능한 한 의지대로 세상을 움직이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을 분석하자. 정확한 분석의 토대 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면 실패는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계획을 세우거나 능력에 비해 높이 세우면 실패는 자명하다.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한계점이 있다. 이 한계점을 정확히 알고 실천에 옮기면 현재는 다소 불편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꾹 참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미래는 반드시 초록빛 들판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다.

 우리는 삼라만상의 어느 하나, 꽃일 수도 나무일 수도 새일 수도 짐승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한 알의 입자로 흐르고 흘러 너에게 닿고 있다. 너의 마음 너의 눈 너의 몸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머무는 듯 흘러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내내, 그러다가 결국 술과 담배를 애써 끊는다. 역동적인 긴장이 아닐까. 의식의 변화와 노력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세상의 사시사철에서 꽃향기가 풍겨왔다. 꽃향기와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잠자던 생각이 깨어났다. 철저한 자기 분석이 끝났다고나 할까. 꼭 이루고 싶은 불타는 의지는, 그동안 내용과 형식을 찾지 못한 채 잃어버렸던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무력감이 행동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일 게다.

 때맞춰 비가 몹시 왔다. 비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마구 쏟아져 왔다. 그러나 지상은 비를 받아주는 척 고개를 흔들며 외면해 버렸다. 어디론가 흘러 내려 보냈다. 비는 잠시 왔다가 사라졌다.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고 구름을 이루고 다시 비로……, 이렇게 태어났다. 이렇게 모든 생명체는 과정을 열어가며 끝나지 않는 뿌리를 내린다.

 새 출발은 시작의 전당이다. 그 빛은 언제나 영롱하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을 초월하려는 의지와 성공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질이다. 해탈 없이도 모던 일상을 부끄러움 없이 살아간다면 점점 더, 질 높은 미학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으로 믿는다. 불안은 강물에 띄워 보내고 밝아오는 새해에는 쓰임새 있는 역동적인 삶을 살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