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현대화와 부국으로 만든 박정희 대통령도 단신이고 우리나라의 교육계를 키운 유진오박사도 키가 작았다
중국의 현대화를 이끌어온 등소평도 작은 거인이었다. 유럽 역사의 한 획을 이룬 나폴레옹도 아주 작은 키였다. 우리는 키가 작으면서도 역사를 이끌어오고 역사에 큰 공헌을 한분들을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최근 178cm의 16세 남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 “선생님 생장선 검사를 받으러 왔습니다.” “생장선 검사는 왜?” “키가 더 크고 싶어서요” “그 키면 작은 키가 아닌데 더 커서 뭐하게?” “아뇨, 요즈음은 180cm 넘는 애들이 무척 많아요!” “아빠와 엄마 키는?” “아빠는 167cm,  엄마는 158cm입니다.” 그리고 엑스선 사진을 찍어 생장선이 거의 닫혔다고 말하자 학생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더 붙였다. “아빠 엄마의 보통 키로 너같이 큰애를 낳아주고 키워주셨으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너 지금 찌푸리고 있는 그 울상이 뭐야? 요사이 LPGA를 주름잡는 신지애를 거인이라고 하느냐? 난장이라고 하느냐? 나폴레옹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키가 커서 한때 세상을 호령했느냐? 180cm가 넘어도 마음이 난쟁이면 난쟁이 짓을 하고 160cm가 안 되는 키라도 하는 행동이 크고 마음이 넓으면 거인이라고 한다.” 나의 이러한 충고에도 머리를 푹 숙이고 불만스럽게 진료실을 떠나는 학생을 보며 왠지 마음이 서글퍼진다.

물론 키가 커서 나쁠 것은 없다. 키도 크고 속도 알이 차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요사이 아이들은 너무나 겉멋에 치중하는 것 같다. 머릿속에 든 것이 없이 몸집만 커지면 금 몸집을 잘 조정하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몸집이 작아도 머릿속에 든 것 이 많으면 더욱 민첩하게 잘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키 큰 난장이보다는 키 작은 거인이 더 쓸모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키 크기를 열망하는 만큼 지식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면 우리나라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선진국,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