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수레의 중심을 잡아 줄 묵직함이 없어 혼자 들까부는 형상이다. 내용이 없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을 빗댈 때 흔히 쓰인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것인데, 속이 허한 사람은 부단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전전긍긍하면서 빈약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값비싼 의복이나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열 줄도 넘는 이력이 새겨진 명함을 돌리고, 허언(虛言)이나 교언(巧言)으로 스스로를 포장한다. 그러면서 남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고, 눈치를 보며, 꼭 빈 수레처럼 끊임없이 덜컹거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만날 때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떠하냐, 불고기와 김치와 비빔밥을 먹어 보았냐, 싸이를 아느냐 등 몇 가지다. 긍정적인 뻔한 대답이 돌아올 줄 알면서도 줄기차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속마음은, 우리도 이만큼 잘 살고 있다는 졸부의 유치한 우쭐댐과 혹 우리의 먹거리를 싫어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열등감 내지는 자신 없음이 은연 중 내비치고 있음이라고 생각된다. 실력이 있고 자신이 있는 사람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제 주관과 신념대로 살되 주저함이 없다. 남의 생각을 참고는 하되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몇 년 전부터 ‘한류’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몇몇 배우와 아이돌 그룹을 앞세운 연예계에서 시작된 말이, 패션과 디자인 혹은 요식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류’ 타령이다. 어떤 사람이 뉴욕에 한식당을 차려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며 ‘음식 한류’라고 매스컴이 흥분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대서 ‘관광 한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이럴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성업 중인 중국요리집과 정통 일본음식점이 생각나고, 파리나 로마에 넘쳐나던 관광객들이 떠오르면서, 한없이 겸연쩍고 부끄러워진다. ‘한류’를 ‘세계화’ 하자며 정부도 거드는 모양샌데, 글로벌 시대의 레이스에 뒤처질까봐 염려하는 조바심 혹은 강박적 스트레스가 느껴져 안쓰럽다.
 음식이든 의상이든 예술이든 문화는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다. 더구나 모든 정보가 초 단위보다도 더 빠르게 노출되고,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이즈음엔, 고급문화든 저급문화든 가만히 있어도 세계 도처에 번지고 스며들게 마련이다. 다만 흘러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꽃을 피울지의 여부는 그 문화의 생명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한류’를 세계화하자는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문화의 질(質)이 그 토양에 맞도록 하는 사람의 노력이 필수다. ‘자장면’이 우리 입맛으로 토착화되듯이 말이다. 조용하게 실력을 쌓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문화를 드러낼 일이다. ‘한류’니 ‘세계화’니 하는 노골적인 외침이 세계인에게 거부감을 주어 오히려 ‘한류’의 진출을 막을까 걱정된다.
 조바심을 안 내어도 우리에겐 자랑거리가 아주 많다. 기록문화인 『조선실록』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의 제정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 등을 비롯한 역사적인 자랑거리가 얼마든지 있고, 예술적인 감각과 손재주 등은 이미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바다. 게다가 국가적인 위기 때 드러내는 단결력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도움을 주는 나라로의 변신 등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이 시대에 맞는 실력을 쌓아 당당히 나설 일이다. 사람마다 자기가 선 자리 그 분야에서 최고를 향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실천하며 소통한다면 얼마든지 ‘한류의 세계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헛된 구호가 아니라 다방면의 실력과 실적으로 꽉 채운 대한민국이라는 수레가 세계인의 선망이 될 날은 머잖아 꼭 오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