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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8  13: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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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하려다 그만 두었습니다

한밤중의 이 나비 떼는
남쪽에서 온 무리겠지만
서둘러 수면으로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해하자 하였습니다

당신마당에서 자꾸 감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팔월의 비를 맞느라 할 말이 많은 감이었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감을 따서 한쪽에 쌓아두었더니
나무의 키가 훌쩍 높아졌다며
팽팽하게 당신이 웃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당신을 사랑한 지 이틀째입니다

-이병률의 북강변 에서의 전문

 

 

사랑은 잘 익은 감처럼 붉은 얼굴이어야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감은 익기 전에 떨어지는 감들이
많다보니 식어가는 사랑이 아닌가해 걱정이 갑니다만
그래도 길이 막혀 사랑이 깊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좋은 것이 아닐까요.
그녀가 있는 건너 방에 홀로 누워 천정을 바라보고 눈감으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사랑을 실은 나비 떼들이 펄렁거리며 가물가물해지고
혹시나 방문을
활짝 열고 웃으며 그녀가 들어 올 것 같은 상상력을 발휘해보겠지요.
이것이 착각은 아니겠지 하면서...
가을이 그래서 더욱 사랑이 익어가기에 좋은 것 아닙니까?

-시인 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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