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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잡는 사나이 - 이헌영(세영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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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3  1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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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잡다.” 라는 말은 "허황된 꿈을 가지고 실속 없이 돌아다닌다.”라는 뜻이다. 대개는 뜬구름 이라는 말을 함께 쓰게 된다. 뜬구름 잡는 사람이라고 하면 역시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 다. 그런데 최근에 지공거사가 된 나는 요즘 진짜 구름 잡는 사나이' 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에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산 뒤로는 어 디에 가든 들고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고 있다. 주로 아름다운 꽃, 어린아이의 해맑은 모습, 연못의 물결 등을 카메라에 담다가 언젠가부터 연못 위에 비친 하얀 구름을 보고는 그 모습에 반해 버렸다. 공원 벤치에 누워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놀랍게도 구름의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나는 그 변화무쌍함에 취해서 디지털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도 있다.
 하늘이라는 넓고 넓은 캔버스에 구름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참으로 아름답고 다양하다. 보라매공원을 거닐 때 본 새털구름에 파란 잉크를 찍어 나는 출퇴근길의 일기를 쓴다.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서 본 양털 구름은 외손녀 지원이 가족과 강아지 코코, 코나와의 즐거웠던 한때를 떠올리게 해준다. 마다가스가르,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의료봉사 때 외국 하늘에서 찍어온 구름의 모습들은 그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준다. 이집트의 스핑크스 앞에서 잡아둔 구름의 사진들은 삼천 년의 시간을 아주 가깝게 줌인 한다. 그러나 구름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있지 않고 항상 새롭게 변하는 것이 더욱 더 큰 매력이다.

아내는 구부정한 나의 허리가 못마땅해서 늘 핀잔을 준다.
“허리 좀 펴고 걸어요! 점차 노인 행세를 하네!"
좋은 충고라고 생각하면서 허리를 펴고 걷겠다고 늘 다짐은 하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부모님의 교훈을 너무 잘 지킨 탓이었던지 나의 등은 여전히 앞으로 많이 굽어 있다. 그래서 걸어 다닐 때 땅을 쳐다보지 않고 저 멀리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떠는 해를 바라보며 걷기로 했다. 칠순을 눈앞에 둔 지공거사가 수십 년 전 신병 훈련 때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로 하늘의 구름을 잡기로 결심하고는 길을 걸을 때 마다 자주 하늘을 바라보게 되니 저절로 허리가 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새털구름, 비늘구름, 털층구름, 양떼구름, 높층구름, 층쌘구름, 안개구름, 비층구름, 쌘구름, 쌘비구름 등, 파란 하늘 캔버스에 하 나님의 바람 손 붓으로 그린 그림들! 야! 참으로 종류도 많고 모양새도 다양하다. 바다의 큰 파도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크다 네가 크다, 내가 잘났다 네가 잘났다면서 인간들이 다투는 모습들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곧 알게 된다. 나처럼 구름 잡는 사나이' 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투는 인간들이 서로 잘 났다고 다투는 것이 덧없는 일이라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된다.

가람 이병기 시인은 구름 이라는 시조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 했다

 “새벽 동쪽하늘 저녁은 서쪽하늘
피어나는 구름과 그 빛과 그 모양을
꽃이란 꽃이라 한들 그와 같이 고우리
그 구름 나도 되어 허공에 뜨고 싶다.
바람을 타고 동으로 가다 서로 가다
아무런 자취가 없이 스러져도 좋으리."

장자는 한 조각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것은 나(生)는 것이요, 한 구름이 멸하는 것은 곧 죽는 것이다”라고 했다.
구름에도 생명이 있다. 살다보면 언제가 내가 잡은 살아있는 구름으로 구름사진전' 이라도 한번 열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려면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나는 계속 구름 잡는 사나이' 가 되어야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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