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있어서의 씨족, 가문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왜 뿌리를 찾는가? 최근 우리 가문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점차 가부장제 는 퇴색되고 저출산에 독신주의가 늘어나 고 무남독배 의 가정이나 아예 자녀들이 없어도 양자, 양녀 없이 그대로 지내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경향을 보면 여권이 신장되어 모계사회로 진입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때 가문을 중시해온 우리나라의 전통 가문에서는 그 가문의 전통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뿌리』에서와 같이 미국에서 자란 곁뿌리가 아프리카의 원뿌리를 찾아가는 것도 뿌리를 찾는 것이고 좁게는 씨족이 족보를 만드는 것, 추석 전후로 고향에 내려가 조상의 무덤에 벌초를 하는 것도 가까운 뿌리를 찾는 의식일 것이다.
  세종대왕의 용비어천가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꽃피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는 말이 있지만 같은 부계중심의 전통 씨족 가문을 고집할 때 가문의 단합이나 그 뿌리를 찾는다는 의미가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 가는 것이 현실이다. 부계 중심의 가문을 고집하기보다는 좀 더 범의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고민 중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문의 젊은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조상들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 방법으로 가을 성묘철을 이용하여 선조들이 잘 가꾸어온 고향 가까운 곳의 자연유산, 문화유산, 고적, 특히 그 가문에 관련된 조상들이 남긴 유적을 남녀노소가 함께 탐방한다면 가문의 결속도 도모하고 커가는 젊은 후손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곳 중 내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서울의 벽진 이씨 화수회에서 다녀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홈실을 중심으로 한 벽리의 집성촌 방문, 경수당 등 벽리의 유적 방문이었다.

  나는 수년 전 “전통 한옥 마당에서 꾸는 미래의 꿈"이라는 탐방기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고향인 의령군 내제리와 가까이 있는 세계적인 자연유산 창녕 우포늪,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화왕산 일본의 침략 당시 항일 독립의 혼이 서려있는 의령 정암 진주 촉석루 등이 떠올랐다. 그중 제일 가깝고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우포늪을 첫 탐방지로 택했다.

 나는 자가용을 타고 4촌 동생 이헌창 교수와 묘사를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해 달렸다. 현풍에서 할매집 곰탕을 먹고 고향 내제로 가는 중도에 있는 우포늪으로 향했다. 이미 우포늪 주변을 간단히 몇 번 둘러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잘보고 가서 다음에 갈 때는 젊은이들에게 가이드 노릇도 하고 싶었다.
  우포늪에 대한 소개글들을 보면 우포늪은 약 1억 4,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창녕군의 유어면, 대지면 등 231만㎡에 걸쳐 있고, 둘레는 7.5km, 전체 면적은 70여만 평이 며, 가로 길이 2,5㎞, 세로 길이가 1.6km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환경부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가시연꽃 등 340여 종의 식물과 62종의 조류, 28종 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1997년 7월 26일 생태계 보전지역 중 생태계 특별보호 구역(환경부고시 1997-66호)으로 지정되었고,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었다. 그리고 소벌 혹은 우포늪이라 불리던 이곳을 1999년엔 우포늪이라는 이름으로 고착시키고 동시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2004년엔 '우포늪 생태경 관보전지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우리 고향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곳에 있는 우포늪이 어찌 우리 고향만의 자랑이겠는가? 나는 우포늪을 둘러보며 머지 않는 미래에 나의 손자 손녀들을 함께 고향에 데려와 할아버지 가문의 내력을 알게 하고 꼭 이 우포늪에도 함께 와서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오늘날 가문의 문제는 꼭 부계중심의 같은 성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선조의 얼을 찾고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과 우리의 자연유산을 어떻게 보존 발전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계중심이든 모계중심이든, 씨족의 대를 이을 후손이 있든 없든 그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