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터키항공 TK89 편으로 22:25분에 이륙했다. 하늘에서 새우잠으로 하룻밤을 지내고, 탑승 후 약 12시간 05분 경과, 터키 시간 04:30분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 공항은 인종 전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자그레브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까지 면세점도 구경하고 카페에서 핸드폰 유심 칩도 바꿔 끼우며 눈요기를 하다가 07:20분에 TK1053편에 탑승 09:35분 자그레브에 안착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날씨, 기온은 37? C, 열기가 온몸을 금세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 블레드성 Beulledeuseong  혹은  Bled Castle

 긴 비행시간을 거쳐 도착한 발칸! 신기함과 놀람의 연장선에서, 슬로베니아 블레드에 도착했다. 천혜의 휴양지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 빙하가 녹은 물로, 각종 물고기 백조 오리 전통 나룻배가 에메랄드빛 물빛과 한가로이 노닐고 있고, 호수 한가운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모승천 교회와 깎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진 블레드성의 가늠하기 어려운 조화로운 색깔이, 세상을 유혹하고 있는지 세상이 유혹하고 있는지 참으로 경계선이 모호하다.

 발칸반도에서 가장 먼저 서유럽화된 국가로, 제철, 제강, 기계 산업이 발달하였고,  국토의 55%가 산림지역이므로, 이름 모를 꽃들이 바람과 함께 목덜미를 수시로 간질인다. 푸른 숲속에 보석처럼 박힌 주황색 집들 또한 물속에서 거꾸로 서서 묘기를 부리는, 이 모두가 가상 세계 같은, 둘레가 약 2 km 쯤 되는 호수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시간쯤 걸린다.

* 모스타르의 랜드 마크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옛 수도였던 모스타르, 보스니아 내전의 중심지인 네레트바강을 중심으로 알바니아계의 보스니아와 기독교의 헤르체고비나를 동서로 이어주는 석조로 만들어진 원형아치형의 스타리 모스트가 있다.

 한 때 양 민족의 화합의 상징이었으나 1993년 내전당시 파괴되었다가 2004년 유엔의 도움으로 복구되고 다음해인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의 산 증인, 다리 한편에는 “1993년을 잊지 말자(Don't forget 1993)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념이 무엇인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총부리를 맞대야 하는지? 그 알 수 없는 의문에 답은 없고, 한동안 의문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똑같거나 비슷하거나 이기 때문이다.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꽃자리로 바꾼 거기, 전쟁과 평화의 상관관계는? 어쨌든 현재는 관광금광을 캐는 정점에 있다.

* 네움(Neum)

 네움은 보스니아의 유일한 해안지대로, 올리브와 오렌지 나무가 햇빛에 반짝이는, 충만함이 배어나와 나도 바닷물에 몸을 띄웠다. 바닷물 속은 모래가 아니라 몽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참 신기했다. 수영과 잠수로 물고기와 어울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끔은 이렇게 밖으로부터 자극을 통한 성숙이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었다.

 바닷가 마을 때문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아드리아 해로 통하는 약 21km의 좁은 해안선을 확보하여 내륙국에서 벗어났다. 비탈 산으로 인해 모래사장이 그의 없는 해변이지만 인접한 크로아티아에 비해 물가가 싸기 때문에, 쇼핑객들에게 늘 인기가 높은 곳, 각종 편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관광 산업은 거의 바닷가에 집중되어 있다. 여름은 길고 따뜻하고, 겨울은 짧고 혹독하게 춥다. 두브로브니크 모스타르 메주고레로부터 플로체 메트코비치와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인구의 구성비는 크로아티아인 87.6%, 세르비아인 4.9%, 보스니아 이슬람교도 4.7%, 유고슬라비아 2.1%, 기타 0.7%이다.

*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아드리아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여 크로아티아 해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세 유적이 잘 보존된 곳, 해안선을 따라 원형으로 잘 쌓은 성곽을 방벽삼아 중앙의 오노프리오 분수를 중심으로 고대 중세의 건축이 촘촘히 들어차 있는 특이한 마을이다.

 모든 것이 철저히 관리된 섬세함이 곳곳에 배어있는 해안선을 따라 성곽 트래킹투어를 하다보면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이 떠오른다.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고서는 천국을 논하지 말라” 영국 시인 바이런은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극찬했다. 한때 해안무역의 번성시대를 이룩한 곳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는 제1, 2차 세계대전에 이어진 냉전. 그 냉전의 끝자락에 탄생한 국가로 어두운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재는 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크로아티아와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흔적에 아파하며, 가슴 저 밑바닥에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해, 평화를 향한 열망이 높다.

 발칸의 꽃 크로아티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두브로브니크는 7세기에 형성된 도시로,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유럽 최초로 노예 제도를 폐지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지성인들의 도시로, 여러 차례 지진과 내전으로 파괴되었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해안도시 로,

 성벽 높이는 최대 25미터, 성벽의 두께 4~6 미터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길이 280미터로 대리석 바닥으로 되어 있는 플라차 거리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발길로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도로가 되어 버렸다. 거리 양옆으로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선물가게가 즐비하다.

 
*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

 크로아티아의 자랑으로 호수 중에 호수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고 신비하다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석회석 층에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계단식으로 폭포와 연결되어 있으며, 햇빛의 양에 따라 물의 색깔이 다양하게 변하는 비경, 개성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상 같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90여개나 되는 크고 작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폭포들의 경관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그저 길 따라 걷다가 타인의 감탄사에 놀라 덩달아 나도 놀라는, 전신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곳이다.

* 덤으로 다뉴브 강(Danube River)까지 보다

 부다페스트, 동쪽의 부다 왕국과 서쪽의 서민 마을인 페스트가 만나 부다페스트가 탄생했다. 독일 바덴에서 발원하여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등을 경유하여 무려 11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을 당시 세체니 이슈터반 백작의 헌신으로 다리가 완성되었고, 하나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헝가리의 동서화합을 상징한다.

 다뉴브 강 야경을 둘러보는 유람선 투어가 일품이다. 가슴을 설레게 할 뿐만 아니라 뭉클하게 하는 곳, 웅장함에 더하여 생의학의 발달로, 세계 최초로 비타민C를 축출하여 노밸 생리학상을 수상했고 평화상을 비롯해 15개의 노밸상을 수상하는 지적인 국가, 부럽다는 생각에 아쉬운 밤을 지새웠다.

 발칸 여행의 백미는, 아드리아해안을 따라서 흩어져 있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며, 동화 속 나라 같다. 특이한 것은 나무가 자라나기 힘든 토양, 석회암 바위산에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란다는 것,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