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뉴스-진홍기자]  “신안산선을 16년이나 기다렸다.”
착공이 또 한번 지지부진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초 연내 착공 예정이던 일정이 최근 내년 8월로 다시 연기됐기 때문이다.
 금천구를 통과해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복선전철신안산선 사업이 올해 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 컨소시엄인 넥스트레인이 선정된 이후, 협상을 거쳐 지난 10월 26일 협상 결과에 따른 실시협약안 검토를 KDI에 의뢰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의 실시협약을 연내에 체결하고, 실시설계 및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절차를 병행해 최대한 조속히 착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착공이 늦어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10월 29일 진행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국감에서 정부는 신안산선 착공 시기를 내년으로 못 박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안산선 착공 시기와 관련해 "아무리 시기를 당겨도 연말에 착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내년 8월에 착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두고 “정부가 경기 서남권 교통광역대책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넥스트레인은 30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사 웨딩홀에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재협의) 초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장은 고성과 환호성, 아유와 비난으로 가득 찼다.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월말과 9월초 신안산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과 함께 주민설명회를 금천구를 포함하여 영등포구, 안산시, 시흥시, 안양시 등에서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추가 의견 수렴을 요구했고 이날 재협의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서울지역 금천 1명, 동작 1명, 영등포구 3명, 경기지역 시흥 1명, 안양 3명, 광명시 등1명, 안산시 1명 등 11명의 지역주민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는 800여명에 달했다.
안산시 주민대표은 "신안산선을 16년이나 기다렸다. 당장 착공하려면 정부에서 허가한 대로 따라가야 한다."
  참석자이 '즉각 착공'이라는 글자가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의 태세로 자리에 앉았다. 서울 주민들은 공청회가 열리기 전에 광명역 입구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환영영향평가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라기 보다는 지역 간의 갈등과 마찰로 얼룩진 민원창구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동작구 주민 대표는 "대림삼거리역 주변에는 대형 아파트가 8개나 있고 종합병원 3개, 대형교회 5개가 있어 6만5000여명이 수요자다"라면서 "대림삼거리에 역을 만들어야지 왜 구로디지털단지 밑으로 역을 옮기고 출구도 줄이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시설면에서도 주민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했다.
영등포 주민대표는 "도림사거리역 출구가 6개에서 2개로 줄었다. GTX-A 킨텍스역처럼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계단도 있는 정상적인 지하철역을 만들어 달라. 지하철 출입구가 2개뿐인데 에스컬레이터도 없이 엘리베이터만 놓겠다는 것이다. 화재나 비상시엔 한마디로 아비규환이 될 텐데 제2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없으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영등포와 대림 등 서울 도심구간에 국내 최초로 건물형 역사 방식을 도입하고 도로 양방향에 역사를 만들고 역사별로 평균 5대의 고속 엘리베이터(24인승)를 이용해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들 역의 경우 상시개방형 계단이 역사별로 1개,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서울 구간의 경우 최대 깊이가 70m에 달하는 만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는 승강장으로 진입할 방법이 없다.
 금천구 대표로 참석한 독산 롯데캐슬3차 입주민도“재해 발생 시 지하70m깊이에서 엘리베이터와 계단만으로는 대피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시흥사거리역의 출구 위치가 설계 원안보다 시흥동 북쪽으로 이동되었고 출구 개수가4개에서2개로 축소되었다”고 항의했다.
  이 밖에도 서울지역 주민대표들은 “출퇴근시간대 엘리베이터 이용자가 몰리면 실제 이동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화재나 지진, 각종 재난 발생시 계단으로 대피인원이 몰리면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점검시 장애인들은 승강장으로 진입할 방법이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넥스트레인과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역사 위치와 출입구를 바꾸고 건물매립형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기존 원안대로 지하철역의 위치와 출구를 만들어야하는데 사업비를 줄이려고 설계를 변경해 역의 위치를 옮기고 출구를 없앴다”고 비난했다.  반면, 넥스트레인 측은 새로운 설계로 고심도 지하철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넥스트레인 측 설계 PM인 제일엔지니어링 박재홍 부사장은 "신안산선 사업 자체가 건물형 역사가 콘셉트이지 지하 출입구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밝히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수직구로 뚫는데 통상 90억~100억원이 든다”며 “사업비를 줄이기 위한 게 아니라 관련 민원을 줄여 사업기간을 줄이고 대심도 지하철의 이동동선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심형 통합역사가 보도상 5m 이내 도로에 출입구와 환기구 등 14개 도시경관저해시설물을 조성해야 하는 서울 도심의 대심도 지하철 설계의 문제점을 극복, 관련 민원과 공기를 단축할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 지하 30m 이하로 내려가면 승강장 끝에서 지상까지 이동하는 데 최소 4분 이상 소요된다.
  넥스트레인과 신안산선 원안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고속 엘리베이터로 승강장까지 원스톱으로 이동하면 대기시간이 없을 경우 1분 내 승강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안산선은 지난 2002년 11월 정부가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나서 타당성 부족과 사업성 조사 지연 등으로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서 여의도까지 기존 1시간 30분에서 30분대로 단축 운행하는 안이다. 또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절반씩 재정을 부담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착공 일정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민자사업이라서 사업자와 상의해야 하지만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