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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은기는“몽돌”로 말한다-홍경흠오래전부터 갈고닦은 기예가 시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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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0  10: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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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창밖을 보는데 우편집배원이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고 가는 것이 보였다. 시인 정은기의 신간『뜻밖의 결론』이 뜻밖에 도착했다. 청색 표지에 붉은 글씨가 이채로워서, 감사한 마음으로 작가의 말을 읽고 차례를 훑어보는데‘몽돌’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칼날 같은 성격과 불꽃같은 계산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는 것은, 공정 공평한 플러스마이너스라, 금천문협 사무국장을 다년간에 걸쳐 독식하여도, 오로지 찬사만 있을 뿐 비난이 없는 인물, 소녀 적 꿈대로 출판사에 근무하는 중견시인으로,‘몽돌’처럼 모가 나지 않아, 그 빛을 더해가고 있다.

‘몽돌’은 총 4연 12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 1행“부딪혀 깨지며 뭉개지고 나서야”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 전부를 토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의 식민 지배 유산인 삶의 전쟁을 뛰어넘어 자리매김하기까지 요긴한 도구는 문학의 길을 즐기는 것인데, 그 설레는 마음을 해종일 다듬으면서 살아가노라면, 속이 시커멓게 탔겠다.

 1연 2행“있는 듯, 없는 듯”에서 보듯이, 경제적 일상과 문학적 언어와 상관없이 타인과‘연대의식’이 존재해야함을 감지하고 이를 위해 시인은 오랜 세월을 고유의 언어와 각성된 언어의 창조적 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분노를 극복하는 모습은 고통의 바닥까지 가본 자만이 아는 자세이고 혜안이다.

 1연 3행“살포시 드러나는 곡선”은 보편적 사회 가치에 앞서 개인 단위에 기초한 것이기에, 곡선을 일인칭으로 삼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리하여 다시 자라는‘몽돌’, 끈기 있게 집요하게 부드럽게 경계를 지우고 다시 자라는‘몽돌’, 마침내 둥근 것의 다디단 맛을 조금씩 쟁취하는 과정 즉 열려 있는 생각이 아름답다.

 2,3연에서“스스로 괴롭히는 일로/ 몰두하는 사이/비껴가고 스쳐 가는/인연의 공간//두루뭉술 기교 없이도/환한 빛은/단단하지만 부드러워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삶의 방식은, 단순한 듯 복잡하고 복잡한 듯 단순해서, 번뇌와 해탈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시인은 어떤 권능 앞에서도 평온하고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4연에서“사는 게 그러하다는 걸/너무 늦게야 알았을까?”물음으로 종결짓는 것은, 늘 그랬듯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려고 공손하게 다시 전화를 받고 끊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참 친절한 시인이다.‘알았을까?’라는 이 한마디는 미리 계획된 설계도에 따라 튼튼하고 아름답게 건설한 인천 대교처럼 역설적이고 역동적이다.

 파란만장과 우여곡절을 다 겪고 나서 천신만고 끝에 득도한 도인 같은, 관계에서 상실이 없는 항구적 힘 같은 시인 앞에, 꼼짝 마 혹은 뜻 모를 글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시다. 시인의 생애도 시에도 찬란한 아침 트럼펫 소리처럼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유명하지만 조용히 사는, 조용히 살지만 잊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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