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귀국 후 한지 평면작업과 설치작업 그리고 퍼포먼스 등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김은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7월7일 시작으로 18일까지 서울 자하문로에 위치한 팔레드 서울(Tel: 02. 730-7707)에서 개최 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김 작가가 내추럴한 동양적 소재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지나 광목을 찢고 태워가며 우연히 얻어지는 조형성에 한지 죽을 흘러내리게 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의 완성을 이끌어 내는 매우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독특한 질감과 형태로 제작된 김 작가의 작품들은 100호 등의 대작을 포함해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이 작품들은 한 결 같이 감상자들을 편안함 그 이상의 영적 영역으로 이끌어 감상자의 눈길을 잡았다.

  독특한 질감으로 이루어진 내추럴한 형태의 부조에 작가가 선택한 명도가 높은 몇 가지의 색들을 입힘으로서 한지 물성과 색상의 화려함이 김 작가의 작품의도와 결함되면서 작품에 대한 가치가 매우 돋보였다. 멋과 기품을 더하는 작품들로 전시장이 채워졌다.

  김 작가는 우연적 형태를 기대하며 한지나 천을 직접 찢고, 태우고, 으깨기도 하고, 한지 죽을 흘러내리게도 하는 방법, 즉 우연적이고 비정형적인 형태들을 조합하거나 집적하여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흔적들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 작가의 작품은 닮은꼴의 조합과 같은 착시효과를 가져 오기도 하고 오묘한 군집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도 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평론가 질 코너(Jill Conner)는 “김 작가의 작품은 질서 정연한 단색조 또는 미니멀한 화면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며 “무채색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에서 다양한 형태들의 조합/집적을 통한 무채색의 농담이 시각적 조형성 추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호평을 했다.

  미묘한 무채색 톤의 ‘집합과 분산’이 반복되면서 형성된 화폭은 곧 새 생명이 탄생하려는 듯 꿈틀거리는 이미지마저 연상하게 한다.

  동시에 무체색의 고결함은 멈춘 듯 경직된 느낌마저 들게 하기도 해 정지와 움직임의 이미지가 동시에 작품 속에 융합되고 융화되어 있어 작품을 보는 재미가 절로 나는 것 같다. 

  작가는 작업 에필로그에 “모든 사물과 생명의 소멸은 재탄생을 암시하고 탄생은 또 소멸을 예고한다”며 “그것이 아무리 미세한 것들일지라도... 모든 버려지는 것들과 소멸되는 것들로 부터 애착과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 ‘탄생-현존-소멸’과 같은 일련의 과정과 현상을 작가는 정확히 정리해 작품 속에 담아 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이러한 과정은 그의 작업의도와 작품 제작 수단으로 상호 교감하며 훌륭한 결과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겠다. 

  2015년 세월호 사고 1주기 때 김 작가의 스케일 큰 설치작품과 퍼포먼스를 공감하면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당시 팽목항 서망 해변의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해변을 핏빛으로 물들이는가 하면 생명과 영혼이 교감하는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행위예술을 펼쳤다.

  김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빨강색은 생명의 중요한 의미(Signifiant)로 무채색의 잔잔한 화면에 강력한 생명력을 주며 활기를 띠게 한다. 

  붉은 색을 포함하여 김 작가의 파랑, 노랑 3원색 역시 잔잔한 무채색 화면에 강력한 화두를 던지듯 작가의 의도를 강하게 전달한다.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시절, 9.11 국제 테러를 겪은 김 작가는 특정 장소에 작품을 설치하기도 하고 또는 퍼포먼스를 통해 세상의 비극적인 상실을 표현하여 재발 방지라는 의도된 작품을 통해 평화와 안정, 사랑을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김 작가의 전시 작품과 그동안 보여준 설치 작품, 퍼포먼스 등을 보면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하나의 일관된 작품 주제 혹은 철학에 도달하게 한다.

  김경선 평론가는 “단순성과 복잡성, 질서와 무질서,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장소성과 비장소성, 정지와 움직임 등 반의어적 표현은 그녀가 빠리에서 활동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작품 속에 꿈틀거리고 있다”며 “그의 작품은 인간의 삶을 작가의 일상적 사유의 세계를 거처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조각조각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내면의 예술적 응어리를 외부로 표출하는데 있어서 재료나 표현 방법의 한계를 두는 것은 불필요한 방해꾼이 될 뿐”이라며 “나의 작품은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내면의 울림을 표출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 방법을 찾아 잘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즉 작가의 내적 세계를 외부로 가장 잘 표현 될 수 있는 수단을 찾아 때로는 퍼포먼스의 방법을 택할 수도 있고, 때로는 조각이 될 수도, 회화가 될 수도, 때로는 부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김 작가는 1994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 프랑스 중심의 현대미술에 심취했다. 1995년 자크시라크 대통령이 예술교육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1997년 파리 소르본느대학교(빠리-1대학) 조형예술학 석사를 받고 2003년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 서양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위대한 한국인 대상을 수상하고 2019년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세계문화예술교류대상에서 국회교육위원회로부터 “대상”을 수상했다.

 김은 작가는 파리 라데팡스2000 타워파노라마 등 서울과 뉴욕 등지에서 개인전 12회를 개최하고 프랑스 파리시 주최 “La rue Croquis d'Archi” 초대전 등 국내외 130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또한 빠리 에꼴 드 보자르와 빠리 소르본느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예술과 근원(Art et Origine)”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 아트 심포지엄에 아시아인으로서는 단독으로 초대되어 “한국적 이미지의 퍼포먼스 아트”에 대한 발표를 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