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뉴스 진홍기자] 가산동 소재 다세대 주택이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팔아넘겨 약 59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대표에게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월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모(59)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시행사 또 다른 대표 B모씨와 이사 C모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2019년 2월 금천구 가산동과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SH공사를 속여 유치권이 걸린 건물을 팔아 59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으로 서울 가산동, 남가좌동 일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원래 일정보다 2년 이상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께 하도급업자들의 유치권 행사로 정상적인 주택 및 부지 인도가 불가능한 다세대 주택을 매매하면서, A씨는 유치권 표식을 잠깐 제거하는 수법으로 정상 건물처럼 꾸민 뒤 SH공사와 매매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SH공사는 2018년 금천구 가산동 소재의 이 다세대 주택 건물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대금지급 문제로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피고인이 편취한 금액이 약 59억원에 이른다"며 "자신의 난처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유치권 표식을 일시 제거해 계약을 진행,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애초 이 사건은 감사원이 SH공사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1월20일 감사원은 SH공사 담당 직원들에 대해 유치권 등을 이유로 매매대금 지급을 거절해야 하는데도 시공사 측에 계약금과 잔금 등 총 62억원을 지급, SH공사에 손해를 가했다며 특경법 위반(배임)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 해 4~7월 SH본사 등 6개소 압수수색과 자료 분석을 진행했고 시공사, 하도급업체, 자산운용사, SH공사 측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오히려 SH공사 직원들이 A씨의 조직적인 사기 행각에 속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법정에서도 SH공사 직원들이 배임 혐의를 피하려고 위증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SH공사 직원들과 시행사 관계자들 모두 유치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A씨의 말을 듣고 속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계획적으로 직원들을 기망하고 많은 사람에게 재산적ㆍ정신적 피해를 줬다”며 “잘못을 저지르고도 피해 회복을 위해 배상한 점이 전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