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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 윤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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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12  12: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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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G뉴스’에 다시 졸고(拙稿)를 싣고자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드나듭니다.
계속 써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고, 반갑게 읽어 줄 독자가 계실까 하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또한 ‘G뉴스’에 실린 제 졸문을 우연히 읽게 된 어떤 지인 한 분의 독후감이랄까 호의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참견이 성가시고 불쾌했던 기억도 되살아나면서 새삼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직접 지면(紙面)을 대하지 않고라도 지구상 어디에서든 편히 앉아 검색하여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그런 행태를 가능하게 했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제 글을 찾지 못한 그 분의 “너 세상 떴니?”란 멘트가 있었으니, 또 다시 검색기를 돌리는 수고로움은 아마도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어쨌든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괜한 걱정 하지 말고 진솔한 내 이야기, 되도록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 나누기로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령의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소지는 필수 항목이 된 지 오랩니다. 전화를 둘러싼 설렘이나 갈망 혹은 기다림 같은 애잔한 이야기들은 ‘라때’ 시절의 향수 어린 이야기구요, 이즈음 전화는 실용적인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듯싶습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이라는 역기능의 통로가 되기도 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거리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은 채 편히 소식을 주고받고, 정보를 교환하고, 안부를 무를 수 있는 전화는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최근 두 번의 감동스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대학 1년 선배인 C로부터였는데, 그분과는 재학 중일 때뿐 아니라 그 이후로도 마주친 적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남편을 통해 이름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그런 분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묻는 거였습니다. 제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며 젊었을 적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고, 가족 이야기 등 근황을 서로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궁금한 사람 찾아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분이 요즘 공들여 하고 있는 일과(日課)라고 했습니다. 황혼이 짙어진 거리 길모퉁이에서 나름대로 인생을 정리하고 있는 노(老)신사의 모습이 떠올라 저는 마음이 아려 왔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수십 년을 거슬러 철쭉꽃이 만발하고 햇빛 찬란하던 대학 교정에서 한껏 가슴 부풀러 있던 제 청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그려 놓았던 그림에는 오늘의 제 한심한 모습은 없었죠.
한동안 허탈하고 후회스럽고 아쉽기도 한 미묘한 기분이 드는 가운데 누군가에게 아직 기억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준 뜻밖의 전화 한 통이라는 선물이 아련한 회상과 함께 모처럼 살짝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을 느끼게도 했지요. 굳이 명명(命名)하자면 그 이름은 ‘행복’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G뉴스’의 B선생으로부터 였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기도 하고, 거의 두문불출 숨죽여 있는 가운데 받은 전화였습니다. 반가운 음성이 다시 글을 좀 써 보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그 한마디 말에 한동안 잊고 있던 갈망이 목줄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쓴 글을 발표할 지면(紙面)을 아쉬워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화 한 통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용기를 내게도 했습니다. 선한 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이따금 받는 지인의 안부 전화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합니다. 생각나는 사람임이 감사하고, 그 전화로 인하여 드러난 내 존재를 확인하면서 엉뚱하지만 새삼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저도 이해관계를 떠나서 그리고 특별한 용건이 없더라도 이따금 전화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존중하는 품이 넓은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풍이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혹시 소원(疏遠)했던 사람이 있다면 지금 휴대폰을 꺼내 그분에게 신호음(信號音)을 보내보십시오. 단풍보다 더 영롱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이어지는 날들이 펼쳐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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