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미적으로 삶을 고양한다는 시(詩)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인생의 길잡이다. 감수성을 최대한 압축한 정서를 예술로 승화하는 시(詩)는, 이것이 정답이다. 딱 한마디로 결론 지어 말할 수 없는 신비에 싸여있다. 그것은 인생이 무엇이며, 그 행복이란 무엇인가? 질문처럼, 그 범위가 매우 넓으면서 애매하기 때문이다.

 

한 시인이 한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시적인 감동을 마음 속 깊이에서 길어 올린 하나의 언어로 정착했을 때 비로소 한편의 시로 생성된다. 그 한편의 시 작품 안에는,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한 겨울을 견뎌낸 이후인 봄철부터 이듯이, 시인이 그동안 내면에서 운동하며 키워낸 조화의 질서를 잡은 능동의 밑뿌리가 자리 잡고 있다.

 

시 창작의 주 요체는 영감(에스프리)이다. 자신이 감흥으로 느낀 소감을 시의 형식을 빌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정서의 영감만으로는 시가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체험, 풍부한 상상력, 천부적 소질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이 경지에 오르려면 보통사람들과 달리 어떤 합리를 얻기 위한 고통을 무한정 감내 하는 인내가 요구된다. 보통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정서를 살리는 긴 여행을 거쳐 담금질 된 체험과 상상이 합쳐져서 순환된 한편의 시는 이래서 값진 것이다.

 

시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가 개인의 사유이다. 사유는 곧 결과물의 사상이다. 시인은 사유를 거쳐서 시적작업에 침잠하게 되며, 그 시인의 주관적 사상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게 된다. 사상이란 사회적이며 시대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에, 그가 속한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에 있어서는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나타낼 수는 없는 것이다. 시적표현에 있어서 객관적 진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시류에 사상이 배제된 내용은 오락의 찌꺼기로 전락한다는 염두가 있긴 하나, 이에만 맞춰둔 관념만을 부각시키는 폐단을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시에서는 인생과 우주만물의 이해를 돕는 해석을 달아야 하는 사유는 필수 요건은 아니다. 

시인은 어디까지나 시인일 따름이지, 사상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순수한 진리가 시적표현에 실려 있다 할지라도, 객관성을 잃게 되면 시로서의 가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관습용어를 담은 시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이란 어디까지나 체험을 토대로 해서 머릿속에서 생각의 줄기를 가다듬어 낸 심상이다. 현재 느끼고 있는 것 외의 관념을 시상(詩想)으로 그려내는 것이 시문이다. 

즉, 재생적 상상(再生的想像), 또는 생산적 상상(生産的想像)을 거쳐 잉태되는 것이 시상이다. 또 다른 분류는, 직관적 상상「내면의 정신을 꿰뚫는 중심」, 연상적 상상「심상의 관념을 새로운 형체로 창조」, 정관적 상상「어떤 대상을 정관의 예술로 통일되는 과정」이 있다.

 

. 사람의 감성은 지(知), 정(精), 의(意)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희로애락을 말한다. 시어가 음악으로 장르가 옮겨지면 노래가 된다. 그러므로 시는 율동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춤의 무용이다.

 

문학적 형식의 요소는 정서·상상·사상·형식 이 네 가지이다. 감정 면에서 논한다면, 사랑·기쁨·존경·한탄·미움·분노·공포·슬픈 등을 8대 정서라고 말한다. 

모든 사물을 대상 삼아 언어예술로 창조해 내는 시에서는 가령「아! 슬프다.」「아! 기쁘다」 영탄조가 얼핏 시의 범주 안에 넣을 수는 있겠으나, 개성의 부족을 나타내는 현상을 감출 수가 없으므로 가급적 담지 말았으며 한다.

 

객관적 서술의 언어가 높은 산문과 달리, 시는 설명이나 서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는 난잡한 언어를 생략하는 문학예술이다. 훌륭한 사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시의 요소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