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홍경흠

   가로수는 대체로 활엽수로 키가 크고 가지가 많으며 일정한 모양으로 사람에 의하여 잘 손질 되어 역동적이다. 따라서 그늘도 깊고 넓다. 특히 9월의 가로수는 태풍이 몰려와도 끄떡없을 듯이 당당하다. 풍성한 기쁨을 무진장 뽐내는 청명한 가을과 함께

   그런 가로수가 볼라벤, 덴빈, 산바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태풍은 가로수만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관통하며 불특정 다수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러니 바람의 본질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 성깔을 부리고 가로수는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진다.

   태풍의 길목에 있는 가로수 중 살아남은 가로수와 쓰러진 가로수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무술 고단자의 실력을 보는 것 같다. 고수가 되기 위하여 치열하고 집요하게 수련을 하고 그 수련을 통해 이루어내고자 하는 공력을 최고로 높이 쌓도록 연마하는 것이 무술인의 기본이 아닌가 한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가로수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기회가 오면 수액도 충분히 저장을 하고 면역력도 높이고 체력도 강화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평소에 실제 상황 같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사막의 선인장처럼

   모래뿐인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선인장을 볼 때면 왠지 보름달을 닮았다는 생각이 난다. 과학적 사고를 빼고 달의 재능과 선인장의 개성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듯하다. 짙은 어둠에서 모진 학대와 멸시와 수모의 끝에 우뚝 섰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보름달이 구름을 비집고 나타나 트럼펫을 부는 거리를 걷는다. 사방이 환하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미소 띤 발자국 소리에 계수나무와 토끼는 목성으로 갔을까? 토성으로 갔을까?

   저 달이, 보름달이, 들려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산채로 매장을 당해도, 우린 저 보름달이 지닌 냉정함이 부럽다. 몇 번이고 좌절의 시간을 넘고 살아온 어제가 오늘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내일을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름달은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제 몸 밖으로 밝은 빛을 전파하고 있는 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