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경 흠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뒤돌아 볼 때가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앎으로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만 알아도 미래가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정세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요즘 38선의 원인이 된 얄타회담을 한번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종반에 소련 흑해 연안의 얄타 리바디아궁전에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Iosif Vissarionovich Stalin) 당 서기장, 영국의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 총리 등 연합국 수뇌들이 모여 패전국에 대한 의견을 나눈 회담(1945. 2. 4~11)으로,

 태평양과 만주에서 일본을 패배시키는 데 소련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서 열렸으나 소련의 참전은 지연되었고, 미국의 원폭이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뒤에 소련은 참전하였다. 참전한 지 불과 5일 만에 일본은 항복을 하였다.

 일본이 패배하면서 한국은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완전한 독립국가로서의 자리를 세우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이 독립국가로서 자치능력을 구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오판한 미국의 루스벨트는 스탈린에게 한국을 신탁통치하자는 제안을 했고 결국 38선이 확정되었다.

 이때 소련의 스탈린은 미국의 루즈벨트를 감동시키기 위해 크림반도 바닷가 리콜라이 2세의 여름 별장에 좋은 방과 사무실을 제공하고 각종 집기들을 모스코바 궁전에서 공수해 왔다.

 그 회담장의 의자 책상 식당 전화기 합의문 등 한반도의 비극이 얽힌 집기와 자료들이 눈에 선하다. 리콜라이 2세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싫어했다는 풍광 좋은 별장에서 스탈린의 환대는 루즈벨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을까.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였을까.

 지중해성 2월의 바람은 루즈벨트에게는 미풍, 스탈린에게는 훈풍이었을까. 거대한 세계 전후질서를 거래한 먹거리 앞에 조그만 한반도의 허리가 잘리는 것쯤이야 남쪽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엔?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3대 추축국(樞軸國) 가운데 1943년 9월 8일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항복했다. 이후 연합국은 파죽지세로 독일과 일본을 밀어붙였다.

 얄타회담은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뒤 다른 패전국이나 해방국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즉, 폴란드와 동부유럽 문제, 독일 점령과 향후 관리 문제, 전후 새로운 국제연합 구성 문제, 태평양전쟁과 극동문제 등 제2차 세계대전이 초래한 모든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은, * 대영제국을 해체 한다. * 한국은 신탁통치 한다. * 동유럽과 그리스를 뺀 발칸반도는 소련군이 진주한다. * 독일은 미국·소련·프랑스·영국이 분할 점령하고, 군수산업은 폐쇄 또는 몰수한다. * 미국과 영국은 러일전쟁(1904년 2월~1905년 9월)에서 러시아가 상실한 쿠릴열도를 소련에게 귀속시킨다. 등등이다.

 지구촌 시대라는 것이 서로 섞여 살되 서로가 다치지 않고 온전하게 사는 세상인데, 회담장을 나서며 얄타 해변에서 통곡을 해본들 이제 와서 얄타가 우리를 위해 울어줄리 있나? 흑해 바다를 향해 울분의 돌팔매질을 어색하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