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순 자

   ‘ 가을을 남기고 떠난 간사랑 ~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노래가 시작되자 그녀의 맑은 음색과 놀라운 가창력은 여전했다.  객석에 앉은 팬들은 시종일관 눈을 감고 듣고 있다.  가수 패티김, 7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하는 올드 팬들은 환호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2012년 10월 5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패티김의 마지막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2월, 그녀는 은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지금 전국투어를 하고 있는데, 가을 여행을 목적으로 들른 청주에서 지인의 초대로 고별 쇼를 관람하게 되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그녀의 백발은 빛이 났다.  빨간색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마이크 앞에 서서 열창한다.
 
  “누군가 사랑할 사람이 있는 사람,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4년 동안 팬 여러분께 많은 사랑을 받아 저는 행복합니다. 팬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객석을 향해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1959년, 미팔군 쇼 오디션을 거처 가수가 된 이야기, 작곡가 박춘석 선생을 만나 불후의 명곡인 ‘초우’를 부르게 된 이야기를 했다. 가수로서는 최초 카네기 홀에서 공연했던 그 감동적인 순간들, 그리고 길옥균 씨를 만난 이야기와 요즘 손자를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50년 세월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들려주었다.

   수많은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 세련된 무대 매너로 팬들을 울리고 웃겼던 패티김, 그녀는 가수라는 이름으로 이별을 고하고 있다.  나도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이렇게 시작하는 ‘이별’이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가 흐르는 세월을 잡아 놓을 수 있겠는가. 

  마이웨이, 이별, 빛과 그리고 그림자.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초우, 서울의 찬가, 사랑하는 마리아,  그녀의 많은 히트곡을 깊어가는 가을에 눈물과 함께 들려주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비록 저는 떠나지만 내 노래는 영원히 여러분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실버넷뉴스 남순자 기자 mulori45@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