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공식적인 일을 무사히 끝내고 시드니 안내지도 하나 달랑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관광지 재래시장 쇼핑가를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카콜라를 손에 쥔 채 풍광을 즐기다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뉴질랜드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저가항공 비행편은 버진불루, 젯트스타, 퍼시픽불루, 에어뉴질랜드 등이 있는데 젯트스타가 가장 저렴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티켓을 구입하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반드시 기내 수하물은 몇 키로그람까지 가능한지 등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정도이며 경비는 편도 15만원이다.

   저가항공을 탑승하면 물만 공짜다. 그 외는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다. 스튜어디스도 친절하다. 특히 내가 만나 남자 스튜어디스의 상냥한 말솜씨와 눈인사는 그의 뇌쇄적이었다. 속으로 세상에는 저런 놈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나름대로 상대방이 실신한 정도로 웃으면서 공짜는 없냐고 물었더니 한마디로 없단다. 오해할 정도로 친절한 그의 미소 뒤에 숨은 또렷한 직업의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호주에서 먹다 남은 배낭 속의 귤 하나가 오클랜드 공항에서 나의 발목을 잡았다. 벌금이 35만원이란다. 돈이 없다고 50분간 표정관리를 하였더니, 담당자가 먼저 입국한 다음 빠른 시일 내에 후불로 벌금을 내란다. 만약 벌금을 내지 않으면 재입국이 곤란하단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배는 고파오고,

   한국의 10월은 뉴질랜드는 이른 봄에 속한다. 쌀쌀한 날씨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늦은 잠을 청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페인트 냄새가 많이 났다. 예민한 나의 코는 페인트 냄새를 받아주지 않았다. 카운터에 이야기를 하였더니 다음에 방을 바꿔 주겠단다. 스팀은 작동되었으나 말뿐인 스팀이었다. 결국 냉기로 잠에서 깨어났다. 내일은 돈이 좀 들더라도 중급 호텔에 묵을 예정이다.     

  처음 본 창밖 경관은 풍경 소리였다. 산사에서 잠을 잔적은 없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방문길에 들은 풍경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였던가. 그 소리에 이끌려 3Km 정도를 산책하였다. 보이는 것은 모두 녹색이다. 색다른 것이 있다면 꽃이 많다는 것이다. 숲과 꽃과 새와 바람과 바다와 사람이라, 외계의 화원 속에 거닐고 있는 기분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