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창밖 경관은 풍경 소리였다. 산사에서 잠을 잔적은 없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방문길에 들은 풍경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였던가. 그 소리에 이끌려 3Km 정도를 산책하였다. 보이는 것은 모두 녹색이다. 색다른 것이 있다면 꽃이 많다는 것이다. 숲과 꽃과 새와 바람과 바다와 사람이라, 외계의 화원 속에 거닐고 있는 기분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아침 식사는 뷔페였다. 평소보다 두 배로 먹었다. 새로운 세상을 두루두루 담아가려면 배가 불러야 하지 않겠나 싶어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은근히 걱정은 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풍광에 푹 빠져 배꼽시계는 무탈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08:30분의 오클랜드는 물의 도시답게 안개가 자욱이 일어나 신비롭기까지 하다. 먼저 원 트리 힐(One Tree Hill)에 올라 도시 전경을 보고 액셀러레이터를 얇게 밟았다. 주변 경관에 취해 깊게 밟을 수가 없었다. 도심을 벗어나 해변을 달렸다. 높게 밀려오는 파도가 잔잔해지고 다시 높아졌다가 잔잔해진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뉴질랜드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를 나도 모를게 불렀다. PoKareKare ana...,로 시작되는 가사는 우리에 연가로 번안되어 알려진 곡이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뉴질랜드 병사로부터 전해진 마리오족 민요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특이한 동물 글로우웜(GlowWorm)을 찾았다. 애벌레 수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와이토모 동굴의 이 애벌레는 온몸으로 형용할 수 없는 환상적인 밝은 청색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반짝이는 애벌레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삶은 약 9개월 정도이고, 먹이는 꼬리에서 거미줄 같은 끈적끈적한 가느다란 발광하는 줄을 늘어뜨리고, 걸려던 미생물을 잡아먹고 산다. 한마디로 우주선을 타고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은하수 공간을 유영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이어서 태초의 지열지대이나 폭발하지 않고 간헐천으로 열기를 품고 있는, 진흙이 빵처럼 끓어오르고 온천수가 흐르는 천연찜질방, 마오리(Maori) 원주민이 사는 곳을 찾았다. 그들 고유의 민속춤은, 아직 할 있이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는다. 교만과 정복이 삶의 본성은 아니라는 것도, 사람이 사람을 길들이는 것은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저항 속에 그 힘이 깨진다는 것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진정한 공존만이 번영이라는 것이다. 그곳 아이들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면서 새삼 지구촌 한 가족 시대임을 강하게 느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며 숙소로 향했다. 가도 가도 가없는 초록의 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