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경 흠 논설위원

 절정은 짧다. 가을단풍이 낙엽으로 변해 가는 것이나 청춘이 중년으로 변해가는 것에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단풍은 더욱 붉고 청춘은 특별히 싱그럽다. 단풍일 때, 청춘일 때, 변형되지 않은 겸손을 알았더라면. 특권을 남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권이 강할수록 감각이나 개성이 한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지금의 보편적 사회현상은 집에서는 자식 제일주의, 학교에서는 성적 제일주의, 사회에서는 황금제일주의가 팽배해서 개성이나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기적 사고가 어느새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풍의 특권이나 청춘의 특권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 때는 그것은 이미 과거다. 시간은 용서할 줄을 모른다. 청춘을 잘 활용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그것을 탓하지 마라. 삶이란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다만 시행착오마다 기억될만한  자료를 충분히 기록으로 쌓아 활용하므로 써 성공의 미소가 활활 타오른다는 것이다.

 생뚱맞은 논리지만 단편영화(보통 20여분 상영됨)의 대부분은 난데없는 전개와 결말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으나 그 이면에는 진실의 단면이 묘하게 가슴에 스며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실천적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이것은“짧은 것은 소중하다 즉 절정은 짧다”말과 상통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 인사들이 모이는 장소에 초대되어 갔다. 모두 한마디씩 나름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겹다는 생각이 몸을 짓눌렀다. 이때“건배”라는 딱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은 인사의 말이 참으로‘시원하다’고 느껴졌다.

 단풍이나 청춘의 절정은 짧고 아쉬움은 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짧고 번개같이 지나간다. 가슴에 와 닿는 시대의 화두 또한 짧으나 그 가르침은 깊고 푸르다. 단풍을 바라보며 저 짧지만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을산을 찾는 발길을 바라본다. 발걸음마다 천둥소리가 난다.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으면 긴 여운이 궤적을 그리는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