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

사개틀린 古風의퇴마루에 업는듯이안져
아즉 떠오르는긔척도 업는달을 기둘린다
아모런 생각업시
아모런 뜻업시
 
이제 저 감나무그림자가
삿분 한치식 올마오고
이 마루우에 빛갈의방석이
보시시 깔니우면
 
나는 내하나인 외론벗
간열푼 내그림자와
말업시 몸짓업시 서로맛대고 잇스려니
이밤 옴기는 발짓이나 들려오리라

-김영랑 님의 무제

이 시는 제목이 없다.(영랑시집49. 1935)
다만 주제적 이미지가 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주체인 나와 달과의 관계라고 보면 좋겠다.
어린 시절 툇마루나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하늘을 보며 달이 차오르기를
기다려 본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쉽게 그 이미지가 떠오르리라 생각된다.
감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던 달(어떤 달리든 관계없이)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은 자아의 모습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빛이 이동하는 모습은 삼라만상의
그 어떤 형상도 그렇다는 것을 의미 하고 있는 것이다.
달이 중천에 떠올라 있을 때는 감나무 그림자에 자신의 모습은 가려져 보이지 않고
달빛에 비친 빛에 의해 자아의 그림자가 툇마루에 겹쳐 누워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외로움과 그리움이 왈칵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