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TV뉴스에서는 연일 청소년들의 탈선과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들로 인한 안타까운 마지막 선택 등이 보도되고 있으며, 그럴 때 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말하듯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하나 나서서 자신이 잘못했다 반성하는 사람은 없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들이다.
 흔히들 말한다. 학교와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합심하여 변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알고 있지만, 시간, 장소, 비용, 바쁜 일상들을 핑계 삼아 그것을 현실로 옮기려고 하는 노력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단정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며 우리의 아이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것은 곳곳에  희망의 불씨들을 피어오르게 하는 작은 영웅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동작구에 위치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경문고등학교(교장 조대형)에도 희망의 움직임이 있다고 하여, 그 곳을 찾았다. 방과 후 교실이나 자율 학습실에 전등불이 환하게 밝혀있는 모습은 여느 고등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문고등학교에서는 방과 후에 학부모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거의 매일 보인다고 한다. 학부모가 학교를 찾는 이유는 학부모 총회나 공개수업, 진로진학 상담이 열리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경문고등학교 학부모들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경문고등학교 교사들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아 마련한 프로그램들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의 수업과 주어진 업무들을 병행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힘든 작업을 보람이라는 미소로 답해준 것은 개근을 다짐하는 학부모들의 높은 참여도와 경문고등학교의 뒷받침, 동작구청의 든든한 재정지원이었다.
 음악실에서는 이종성 음악교사의 지도로 학부모들의 아름다운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소강당에서는 각계각층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부모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정보도서관에서는 박범철 국어교사의 열정을 담은 독서토론 프로그램 「인문학 아카데미」와 다문화 사회로 변한 요즘, 그들과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따봉(따뜻한 봉사)」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많은 프로그램 중 「인문학 아카데미」 수업이 열리는 정보도서관을 찾아 교사와 학부모가 진정으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웃고, 함께 슬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함께 했다.
 지난 5월 21일, 이날은 특별히 경문고등학교 연구부장 김옥진 교사가「내 마음의 노래와 시」라는 주제로 약 2시간의 수업을 학부모들과 함께 하였다. 깔끔한 정장에 기타를 들고 들어오는 첫인상부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옥진 교사는 외화 속 멋진 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하는 성우를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로 또 한 번 학부모들을 놀라게 하였다.  김옥진 교사의 수업은 「산」「사랑」「부모님」을 주제로 한 시들로 진행되었는데, 미리 준비한 PPT 자료에는 시와 함께 멋진 사진들이 담겨 있어, 마치 내가 그 사진 속의 풍경들과 하나가 되어 시를 읊조리는 상상을 하게 해주었고, 우리에게 가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시조 「청산에 살으리라」를 열창 할 때는 지난날, 짧은 커트머리 여고시절 한참 가곡과 오페라에 심취되어 테너 엄정행 교수, 박인수 교수 등의 공연을 보러 갔던 잔잔한 추억이 아롱아롱 떠올랐다. 김옥진 교사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사랑이여」를 부르자, 그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 대부분이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곱게 잡고 저며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눈망울로 노래를 함께 불렀다. 모두가 시와 음악에 푹 젖어 들었을 때, 좁은 제비집 속에 아기 제비들을 재우고, 아빠 제비는 제비집 밑 중군가가 박아놓은 못 위에서 쪽잠을 청한다는 나희덕 시인의 「못 위의 잠」속 아빠 제비의 날개 짓을 표현하던 김옥진 교사의 모습은 고스란히 감동으로 남아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한, 이수익 시인의 「결빙의 아버지」를 읽어 내려 갈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울컥 올라온 그 무엇을 애써 감추려는 작은 움직임들을 볼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경문고등학교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그 어떤 대형 공연 보다 더 벅찬 감동을 받았노라고......
몇 십 명, 몇 백 명의 오페라, 뮤지컬 단원들 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 「내 마음의 노래와 시」. 이날의 감동보다 더 큰 수확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교사와 학부모라는 조금은 어려운 관계를 잊게 했다는 것일 것이다. 2시간의 수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을 경문고등학교 연구부장 김옥진 교사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
 

정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