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雲買了賣淸風 (백운매료매청풍) 
흰 구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으니
散盡家私徹骨窮 (산진가사철골궁) 
살림살이 바닥 나 뼛속까지 가난하다
留得數間茅草屋 (유득수간모초옥)
남은 건 두어간 띳집뿐이니
臨別付與丙丁童 (임별부여병정동) 
떠난 뒤 불(丙丁童子)속에 던져버리게

- 고려말 백운 경한 스님(1229-1375)의 어록 중에서

스님은 원나라에 들어가 석옥청공에게서 법을 받고
돌아와 해주에서 크게 선풍을 폈다.
산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었나보다.
벼슬길에 나아가기 위해 가산을 모두 팔았을 것이다.
허나 벼슬길은 막히고 남은 것은 뼛속까지 가난한 띳집뿐이다.
요즘에도 이런 일 없으란 법 없지 않은가.
벼슬길을 나선다는 것은 뜬 구름을 잡는 것이니
돈과 복은 아무에게나 그렇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노력여하에도 달려 있겠지만 허망과 탐욕은 몸을 망치고
가족을 탕진해 버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경종이다.
세속에서 欲이란 살면서 일어나는 마음속의 모든 것일 것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가지려고 하는 마음이
곧 병정동자다.
허나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 다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
내가 날을 모르는데 남을 어찌 알 수 있을까 하는 것도 그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에 대해 알려고 하는데 힘쓰므로
나를 알고 나이가 남을 알게 된다는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 띠(茅)집: 지붕의 이엉을 만드는 풀. 주위에 흔히 있는 풀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