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경 흠(논설위원)

 독산동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 인문지리서『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지금의 시흥IC에서부터 문성초등학교 부근에 산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이 산은 한성 외곽에 있다는 이유로 무차별 벌목되고, 풀이나 잡초들은 염소와 소의 먹이로 이용됐다. 이로 인해 산은 벌거숭이가 되었고, 조선중기 이전부터‘대머리 산’이라는 뜻으로 독산(禿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독산3동에는‘문화마을’이라는 자생단체가 있다. 회원들의 조용하고 적극적인 활동에, 문화마을에 대하여 뭘 쓴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고 한편으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마을을 만들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그만큼 선각자적 식견이라 아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문화가 제일 낙후된 마을을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일등 마을로 만들기 위하여 주민 몇 명이 머리를 맞대고 깊이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동참하는 인원이 점차 많아졌다. 이에 힘입어 정식으로 문화마을(회장:류영렬, 동장:이성재, 회원: 19명)이 발족하게 되었다.

 먼저 활동지침을 마련하였다. 구석진 곳이나 외진 곳에 가로등을 설치한다. 버려진 채 두어진 폐기물은 수거한다. 정비되지 않은 공공시설물을 정리 정돈한다. 공터에 꽃을 심는다. 여백이 있는 담장에 각종 벽화, 민화, 시화(詩畵)를 그린다. 탐방로, 동산, 다인수 소통 거리, 공공장소 등에 교훈글, 교훈시, 교훈그림 등을 전시한다.

 그에 따라 독산동 뒷동산에 산책로를 만들기로 하였다. 김억석회원이 수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약 2.5Km 의 정감 넘치는 오솔길이 조성되었다. 소나무, 전나무, 개나리, 진달래, 철쭉, 이팝나무 산국 등이 시차를 두고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독특한 향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금은 인근 동네에서까지 발길이 닿아 인파로 붐비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 민속 문화인 도당제를 산신제로 전통을 잇게 하고 "산사랑 물사랑 축제"와 자연보호 캠페인을 곁들인 문화행사를 매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독산동향토문화사적비(금천체육공원)”,“반유구화역유래비(수자인아파트대로변)”를 금천구청과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건립하였다. 

 문화예술과 관련지어 거리의 공간이나, 학교 담장, 주차장 담장 등에 벽화, 민화, 시화를 그려 넣거나 게시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높여주고 감정의 수평적 평온을 갖게 하였다. 이에 주변 환경이 방긋이 웃고, 주민들로부터 칭찬의 소리가 파고를 점점 높이고 있다.

 특히 향수를 일으키는 이야기로 구성된 민화가 인기가 좋았다. 꽃길도 조성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였다. 환경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각 나라의 전문음식점과 사람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특화된 맛집도 유치할 생각이다.

 또 구석구석 숨어 있는 동네의 역사, 비화, 선의를 발굴하고 꼼꼼하게 스토리텔링한 독산탐험 가이드북을 만들 예정이다. 문화마을 출범과 함께 매월 1회 역사교육, 문화 현장 탐방, 맛집, 역사문화인물 찾기 등등, 곳곳을 누비며 독산3동의 매력을 발굴하고 있는 중이다.

 완성된 미래로 가는 길을 다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얘기이나 지역의 희망을 일구어내야 하는 일이므로,‘이야기가 있는 마을길’을 비롯해‘독산3동 문화의 뜨거운 현장 속으로’,‘날아라, 독산3동!’,‘꽃과 나무와 시가 있는 풍경 속으로’등을 중점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독산3동을 지나가거나 머무는 분들에게 숨어 있는 알찬 문화마을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명실 공히‘독산3동 시대’를 활짝 열 예정이다.

 문화마을의 또 하나의 숨겨진 계획을 밝힌다.“다민족 다문화시대를 맞아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박애정신을 발전시켜 혼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자.” 는 계몽활동도 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국제결혼이 활발해진 만큼 이제는 단일민족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 확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살고 싶은 문화마을’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적 구성이 돋보인다. 회원 19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온몸을 던져 봉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문화마을의 작은 불씨가 기폭제가 되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곧 문화국가로 발전될 날을 기대해 본다.

 하여, 문화마을의 강령을 소개한다.“일에 임하여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 역할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차오르는 감동으로 타인을 완전히 감응시키는 문화마을의 강령과 에너지는 일의 질량과 그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