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철 재<구로소방서 홍보교육팀장>

지난 8월 22일 오후 3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7가 소재 한 유압공장 내부에서 발생한 불을 생산된 지 20년을 훌쩍 넘긴 가압식 분말소화기로 끄려는 순간, 부식된 소화기의 하단 부분이 파손되면서 생긴 파편에 의해 공장주인 김 모(64세)씨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터이다.
  가압식 소화기의 경우 먼저 안전핀을 제거한 후 손잡이를 조작하면 가스용기가 가격(加擊, 격침형)되고, 용기내부로 13~16㎏/㎠의 가스압력이 분출되면서 소화약제가 방출되는 방식의 분말소화기로, 사고원인은 용기 내부에 분출된 가스압력이 소화약제를 용기 외부로 분출시키지 못해 내부에 충압된 압력이 부식으로 가장 약화된 용기의 본체하단 용접부에 집중되어 파열되었을 터이다.
  소화기는 우리 모두를 화마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튼실한 소방기구의 하나임은 자명한 사실일 터이다. 하지만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노후되어 폐기하는 도중에 폭발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화기 폭발사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 못내 아쉽지만 이웃 일본소화기공업회가 1968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에서 일어난 소화기 폭발사고 정보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체 161건의 소화기 폭발사고 중 가압식 분말소화기가 127건, 축압식 분말소화기 6건, 강화액소화기 5건, 화학포소화기 9건, 이산화탄소소화기 2건, 기타 12건으로 가압식 분말소화기의 폭발사고가 78.9%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소화기 폭발사고의 대부분은 가압식 분말소화기에 의해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터이다. 소방당국은 분말소화기의 파열사고 원인으로  본체용기의 부식, 캡의 이완이나 손상, 해체과정 중 무리한 분해 등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을 터이다.
  가압식 분말소화기는 지난 1994년부터 생산되다가 1999년 폭발 등 위험성 등의 문제가 대두되어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전국에 1,102,332개가 유통되었지만, 축압식 분말소화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어 왔음에도 우리 모두의 무관심으로 폐기나 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터이다.
  이에 소방당국에서는 현재 비치되어 있는 가압식 소화기의 대다수가 노후화되어 안전성이 저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혹여 습기가 많은 장소에 비치되어있는 경우 소화기 하단 부분의 부식에 의해 파열사고의 위험성이 있고, 외관상 소화기의 정상 작동여부의 확인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난 9월 23일부터 오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3단계로 나눠 노후소화기를 수거?폐기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전국의 각 소방서 단위별로 가압식 노후소화기의 수집?폐기 등 정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소화기 수거?정비 지원센터’ 설치?운영 수집 장소를 마련하여 노후 가압식 분말소화기의 퇴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터이다.
  차제에 낡은 분말소화기를 방치하여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소화기 제조업체가 직접 노후 소화기를 회수하도록 법제화하는 한편, 소화약제를 재생?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터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도구는 일정기간이 지나고 제대로 관리를 않고 방치할 경우 종국에는 전혀 쓸모가 없게 되며, 소화기 또한 용기의 부식방지를 위해 도장(塗裝)을 하고는 있으나 자율 권고 교체주기 8년이 경과되면 수분 침투 등으로 인하여 서서히 부식이 일어나 안심할 수 없을 터이다.
  유사시 화재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소화기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우리 모두 관리와 점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겨울의 문턱에 분명 와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