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가 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
눈은 낮은 것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 물소리,
언 마음이 녹는 자만이
사랑을 안다.

-오세영 님의 눈 중에서

사랑은 감성적이어야 한다.
사랑이 이성적이면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눈은 이성적이다. 차다는 것은 춥다는 의미다.
춥다는 것은 냉정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냉정해지면 어울리지 않는다.
물과 기름의 이치와 같다. 인간은 제각기 자기만의
귀가 길을 재촉하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바람이
하자는 대로 흘러흘러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이렇게 존재의 의미를 세계 속으로 전달한다.
현실의 허무는 이러한 존재 속에 조금씩 허물어진다.
이것이 사랑과 존재가 함께 공존되어야 하는 의미다.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